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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9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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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럼] 푸른바다 그 많던 조개와 잘피 어디갔나

  • 기사입력 : 2005-08-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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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성해양수산사무소장 심봉택

      어릴 때부터 바닷가에서 자란 탓으로 여름철 이맘 때면 동네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멱을 감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장구 치며. 신나게 놀다가 배고프면 우리는 잠수하여 바다 어디든지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잘피를 캐서 부드러운 속잎과 단맛이 진한 뿌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곤 했다. 바닷속 잘피 숲에는 이름 모를 어린 물고기 떼와 게. 낙지. 고둥. 맛조개 등이 발에 밟힐 정도로 많았다.

      많은 조개 중에서도 피조개는 으뜸이었고 고급 수산물로 취급되었다. 피조개가 한창 상종가를 누리던 ‘80년대 중반 진해만(鎭海彎)에서는 연간 20억 마리의 종자를 채묘하여 경남 등 전국 양식장으로 뿌려져 연간 2만M/T을 생산하여 5천만달러의 외화를 벌이는 수출효자 노릇까지 톡톡히 하였으나. 최근에는 2억마리에 불과하여 양식장에 뿌릴 씨앗 구하기가 힘든 지경이다.

      이러한 피조개 유생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로 존재하여 시·군과 시·도의 바다경계를 넘나드는 수산자원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어찌 진해만의 문제이겠는가? 따라서 주변 지자체와 광역지자체 또는 관계 부처간 공동으로 피조개 자원 회복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농부가 수확기에 제일 먼저 정성을 들이는 것은 내년 풍년농사를 대비해 가장 좋은 종자를 고르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들은 끼니 굶는 것을 밥 먹듯 하던 춘궁기에도 종자만큼은 신주 모시듯 하였다.

      이러한 농심의 지혜를 우리 수산업에 적용하였다면 오늘날 한가롭게 종자 걱정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고 수산자원 고갈이 단순히 모패자원 관리의 실패에서만 찾는다면 분명 모순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생활하수나 산업배수가 오늘날 바다를 오염시켜. 연안어장의 허파요. 수산생물의 산란장이요. 어린고기의 놀이터이자. 주거공간인 무성한 잘피 숲을 사라지게 하지 않았는가? 바다는 수산물을 아무리 잡아도. 온갖 오염물질을 투기하더라도 수용할 것만 같았지만 이제 한계에 이르러 시름시름 앓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바다를 지키고 가꾸는데 어업인만으로 힘겹다.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함께 당장 눈앞의 이익을 잠시 미루고. 종자(種子)와 어장환경을 지켜낸다면 중국산 납 꽃게. 항암물질이 검출된 뱀장어. 오염된 고둥 등 믿을 수 없는 수입산 수산물은 자리잡지 못할 것이며. 우수한 우리 수산물 먹거리로 국민의 삶의 질은 한층 향상될 것이다.

      날씨가 무덥다. 시원한 푸른 바다가 그립다.
      바다! 그 많던 조개와 잘피는 언제쯤 고향바다로 돌아오려나. 오늘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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