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DJ `지식 민주주의`의 추락
- 기사입력 : 2002-05-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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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대통령(DJ)이 구현하자고 한 것은 `지식 민주주의`의 만개였다.
그러나 최근 아들들의 비리 연루로 이것의 전 단계인 `돈 민주주의`로 전락
하고 마는 느낌이다. 이러면 결국 6공과 김영삼 정부까지의 권력 형태인,
즉 돈이 권력의 원천이 되는, 그런 민주주의의 단계를 벗어날 수 없다. 동
시에 그가 세웠던 새천년 지식정보사회의 건설도 어려울 전망이다. 이것은
앨빈 토플러가 『권력의 이동』에서 지적한, `폭력→돈→지식`의 차례로 권
력의 원천이 이동한다고 본 데 따랐는데 5공과 6공은 87년 6월항쟁을 기준
으로 갈라봤다.
그의 지식 민주주의에 대한 고양과 열정은 그의 `준비된 대통령`이란 이
미지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오랜 영어와 망명 생활을 통해 인생 및 지식
의 깊이를 더해왔는데 지난 대선 때 국민들이 그를 뽑아 준 것도 그의 방대
한 지식세계를 믿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역사철학과 정치경제 등 사회
의 전 부문에 걸쳐 지식이 해박했고, 또 이를 설명할 줄도 알았다. 이 때문
에 그에게 공천을 부탁하러 왔다가 엉뚱하게도 토인비의 역사학을 강의받
고 가는 일도 생겨나곤 했다. 그에 대한 `선생님`이란 칭호는 조금도 이상
하지 않다.
그는 소문난 경제전문가요, 남북문제전문가였다. 그의 `대중경제론`과 `
한반도 3단계 평화통일론`은 70년대 대학가를 풍미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이 둘은 관련 분야, 즉 분배이론과 통일이론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
고전`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97년 대선 당시 사람들은 YS가 평소 “머리
는 빌릴 수 있어도 몸은 빌릴 수 없다”며 공부를 등한히 한 데 불만을 갖
고 YS의 `갱재`를 빗대 “경제라는 말도 제대로 못하니 IMF가 터질 수밖에
더 있겠느냐”며 볼멘소리를 보탰다. 천하는 그의 `준비`를 받아들였으니,
이는 곧 YS의 `무책`의 덕분이라고 할까.
그런데 우리 국민도 그처럼 `준비`됐고 `영특`할 줄로 알았다. 그래서
“친·인척 관리를 잘 할 것이냐, 특히 셋이나 되는 아들 관리를 잘 해 김
현철씨 같은 일은 없겠느냐”고 수없이 물었다. 이에 그는 “조금도 염려말
라”고 했다. 그가 바로 눈 앞에서 YS의 임기말을 보았으니, 설마 김현철
씨 같은 일을 빚어내겠냐싶기도 했다. 그러나 꼭 물어야 했고, 그가 꼭 답
을 해야 할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곧 돈이었다. 설령 돈 부분에 대한 질
문이 없더라도 그는 명쾌하게 자신의 생각을 알려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
은 것도 이상하다.
국민은 곧 DJ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전도 안 받겠다`고 한데 대
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 자리에서 김 전대통령처럼 `기업체로부터 어떤 명목
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약속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야 했던 것이다.
좌우간 그는 모든 준비를 다 끝냈으나 정작 돈에 대해서는 준비를 하지 않
았다. 이 때문일까. 그는 지금 한나라당으로부터 아들 비리를 넘은 `몸통비
리`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2남 홍업씨의 경우, 아태평화재단을 돈 세탁소로 이용한 혐의가 짙
다. 한나라당은 아태가 차기 정권에서 청문회 1번감이라고 입을 모은지도
오래다. 이쯤되면 그가 퇴임 후를 대비해 설립했다는 아태의 공익성에 대
해 다시 한번 의심이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 아태에다 DJ는 노벨평
화상금으로 받은 10억원을 기부한 것도 이상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소위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벌인 `홍업+아태 vs 홍걸+이희호 여
사`의 무슨 `궁중 암투` 같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역대 대통령일가의 비
리치고 이렇게 총체적인 부패는 없었다”고 질타했다.
행여 `DJ일가 비리의혹`으로 확대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DJ가 돈과 관
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음도 문제다.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결코
받아서는 안 될 `20억원+α`가 그 실례이다. DJ는 왜 `일전도 안 받겠
다`고 `준비`하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게 언명했더라면 아들들이 앞다퉈 서
로 비리에 뛰어드는, 그것도 모자라 `왕자의 난`으로까지는 불리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요컨대 한국의 민주주의(4·19)가 민간에 의해 건립되었듯이
DJ가 꽃피우려다만 `지식 민주주의`의 만개도 또 한번 민간의 손을 빌리게
됐다.
허도학 논설위원 dhhur@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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