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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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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세상만사 새옹지마

  • 기사입력 : 2000-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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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옹지마』란 말을 많은 사람들은 즐겨쓴다. 길흉화복은 항상 바뀌기 마
    련이라는 뜻으로 좋은 일이 궂은 일이 되기도 하고, 궂은 일이 좋은 일로
    변하기도 한다는 『人間萬事 塞翁之馬』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다. 중국 북
    방 요새 근처에 살았던 한 老翁의 이야기에서 따온 이 말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주는 교훈이다. 기쁜 일에 들뜨거나 슬픈 일에 좌절
    하지 않고 만사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그래서 세상사에 양면성이 있음을
    아는것 자체만으로도 삶을 풍부하게 사는 지혜라 할 것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김대중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를 기다려 왔다. 근래 드문 국민의 관심사였다. 김대통령이 수상자로 결정
    되는 것에 마다할 우리 국민은 없다. 노벨상 100년사에 얼마나 기다렸던 일
    인가. 본인의 영광은 물론 우리 민족의 경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만
    사 새옹지마』라고 수상 소식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상자로 선
    정되고 표정관리에 주력하다보면 남은 2년의 세월이 하릴없이 흘러갈 것이
    염려된다. 수상 당시의 영광스런 얼굴은 국정운영의 난맥상에 가려 초라한
    모습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번에 탈락했을 때다.
    또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느냐는 이야기다. 그만큼 수상에 따른 후유증에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노벨상 수상 소식을 기다리기까지 우리는 그동안 솔직히 많은 희생을 감수
    해 왔다.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기위해 국정운영을 이끈다는 비난도 따랐
    다. 韓日, 韓中 어업협정을 비롯,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 그랬고, 의료대
    란등 집단 이기주의 난무를 막지 못한 책임이 그랬다. 무분별한 공적자금
    투입이 그랬고 경제위기론이 그렇다. 對北 정책은 속도 조절론에 국론이 갈
    리고 있다. 김정일의 약속은 여전히 믿을수 없는데다 최근 북한은 휴전선
    부근에서 10년이래 최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기계화 군단을 전진 배치했
    다는 소식도 들린다. 후백제가 고려의 왕건에 패망한 것은 긴장감이 풀린
    후방 금성지역 군사가 전의를 상실한데 있었음을 우리는 잊고 있다.

    우리가 민주와 자유, 평화를 위해 치렀던 희생은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런
    데 국민들은 하루 아침에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다. 화해무드에 가
    려진 정책부재와 비뚤어지고 있는 국민의식의 변화는 불안 그 자체다. 『위
    기론』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따지고보면 정부의 수습역량을 믿지 못하는데
    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98년엔 『금 모으기』에 온 국민이 동참하는 등 고
    통분담으로 극복되었지만 이제는 빈부격차의 심화로 사회적 불신의 벽이 높
    아져 위기 대응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기업의 체질개
    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느 한편의 희생을 담보로 해야 함에도 양쪽을
    만족시키려는 어정쩡한 정책으로 개혁의 기회를 잃었다는 점이다. 1980년
    대 영국의 대처총리가 『철의 여성』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던 이유를 김대
    통령은 외면했다.

    평화상 수상자는 오늘 저녁이면 밝혀질 것이다. 본인으로서는 당락에 따
    라 숨고르기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4천600만명이 탄 『한국호』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다. 화급한 것은 믿을 수 있는 국정운영이고, 그것
    은 대통령을 비롯한 기득권자들의 자기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으로 변했
    다. 수상 소식 이후엔 어떤 상황이든 마음을 비워 국정에 초연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통령이 되기전 즐겨 사용하던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경제를
    비롯한 국내문제는 국무총리에게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그동안
    상을 받기위해 모든 것을 뒤로 미뤘다는 오해도 불식시켜야 하고 이번에 못
    받으면 나라가 거덜난다는 말도 다시는 나오지 않게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이번에 탈락했다고 섭섭해 할 일도 아니다. 남북화해를 이끈 것
    만으로도 내년엔 따논 당상 아닌가. 국론을 모아 남북문제의 진전을 착실
    히 이루는 일만 남았다. 어떤 상황이든 이제 김대통령에게는 노벨 평화상이
    란 기회가 주어졌다. 따라서 노벨상 수상은 본인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한
    계기로 승화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상을 받은 옛소련의 고르
    비나 폴란드의 바웬사와 같이 정치적 욕심을 버리지 못해 초라해진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남아공화국의 만델라처럼 욕심을 버림으로써 국민이 추
    앙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세상만사는 『새옹지마』라 하지 않았
    던가.성재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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