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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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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햇볕정책’과 ‘북한의 선택’

  • 기사입력 : 1999-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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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상에서의 도발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북한이 얼마나 다루기 힘든 존재
    이며 또한 예측하기 어려운 집단인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이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력수단을 ‘傳家의 寶刀’처
    럼 사용하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남한의 관광객들이 금강산을 관람하
    고 있는 바로 그 시점에, 그들의 농사에 도움될 비료 실은 우리의 배가 남
    포항을 향해 인천항구를 떠나 항해하고 있었음에도 그들은 수일간에 걸쳐
    경비정들을 북방한계선 아래로 침투시키다가 船體로써 남하를 저지하던 우
    리 함정에게 급기야 기관포를 발사해 交戰을 벌였다.
    자기들에게 긴요한 비료와 달러를 주는 남한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는 커녕
    오히려 영해를 침범하고 무력을 행사하는 등 賊反荷杖격 배신행위를 자행했
    다. 이러한 이율배반과 아이러니 현상을 두고 세계인들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코소보 사태가 진정되고 평화의 실
    마리를 찾아감에 따라 이제 세계인의 관심이 서서히 한반도로 옮아오고 있
    는 시점에서 서해상에서의 남북 교전이 발생한 것이다. ‘交流’와 ‘交
    戰’이란 극단적인 상호 모순이 혼재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외국인들이 질문을 해 올 때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난감해진다.

    이번 ‘서해상 교전’의 승리는 참으로 값진 것이다. ‘교전원칙에 따라
    냉정하고 단호하되 차분히 대처하라’는 통수권자의 지시를 우리 해군은 완
    벽하게 수행했다.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투에 임
    한 水兵들과 함정 지휘관들의 애국심이었다. 이들은 北의 선제공격을 받게
    되자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고도 기민하게 應射했다. 부상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전투가 종료될 때까지 14분동안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우리 수
    병들의 ‘臨戰無退’정신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동
    안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신세대들이 일선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 대해 국민들은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왜냐하
    면 우리의 신세대들은 ‘협동심과 희생, 봉사정신이 약하며 이기적’이라
    는 잘못된 인식을 기성세대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국민들의
    눈으로 볼때 핸드폰과 삐삐를 소지하고 군생활을 하면서 수시로 부모와 친
    구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이들이 과연 戰時에 얼마나 투혼을 발휘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신세
    대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염려를 일거에 씻어주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성급한 ‘對北포용정책 무용
    론’이다. 물론 ‘내것 주고 왜 계속 뺨을 맞아야만 하는가’하는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는 나름대로 충분한 근거와 일리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의 ‘햇볕정책’은 계속적으로 추진돼 나가야만 옳다. 왜냐하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밖에 달리 우리
    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對北포
    용정책은 우리와 이해관계가 깊은 강대국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들로부터 지
    지를 받고 있다. 만일 우리 스스로 이 정책을 포기하고 강경일변도로 급선
    회하게 되면 한반도에는 전쟁의 위험을 머금은 검은 구름이 남북의 푸른 하
    늘을 가리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북한은 더이상 어찌해 볼 수 없을 만큼 긴박한 국가적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는 것이 북한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 아닌가.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이
    라고는 군사력밖에 없다. 탈출구 없는 북한을 강경하게 몰아붙일 경우 그들
    이 절망속에 선택할 길은 무엇이겠는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한반도
    에서의 전쟁발생만큼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 다시말해 북한이 ‘절망의 선
    택’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햇볕정책’을
    계속 진행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 여기에는 北의 도발을 무력화시
    킬 수 있는 완벽한 우리의국방력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
    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서해상 交戰에서도 입증되었듯이 국군의 사기와 전투 수행능력은 대단히
    높고 우수하며 火力 또한 막강하다. 여기에다 韓美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
    국의 군사력이 우리를 든든하게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서해상 위기
    때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평시와 마찬가지로 생업에 열중하는 등 우리 국민
    들이 보여준 의연한 자세가 그 무엇보다 큰 힘으로 작용한다. 다시 한번 강
    조하건대 지금 우리에게 긴요한 것은 北으로 하여금 ‘절망의 선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햇볕정책’의 진행이란 점을 지적하
    고자 한다. 그리고 北은 무력과 위기조장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이
    제 불가능하며 오직 南北화해와 교류를 통해서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사
    실을 분명히 인식하여 하루속히 현명한 선택을 내려주기 바란다.
    睦鎭淑(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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