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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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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부부 ‘가야 왕궁결혼식’ 400여명 환호 속 이주민 포용

김해가야테마파크서 2쌍 백년가약
2000년 전 인도 허왕후 혼례 재해석
관람객 “다문화 혼례 잘 살려 의미”

  • 기사입력 : 2024-04-28 20: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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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엔 국경이 없다.’ 우리 사회가 점차 다문화 사회로 향하고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다문화. 우리는 다문화를 환대할 준비가 됐을까?

    경남에서 이주민이 가장 많은 김해. 지난 27일 김해가야테마파크에서 한국적이면서도 다문화다운 이색 결혼식이 열렸다.

    지난 27일 김해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태극전에서 열린 다문화 부부의 왕궁결혼식.
    지난 27일 김해 가야테마파크 가야왕궁 태극전에서 열린 다문화 부부의 왕궁결혼식.

    행사 이름은 ‘가야 왕궁결혼식’. 2000년 전 인도에서 온 허왕후와 가야국 김수로왕의 혼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혼례를 올리는 이벤트다. 이날은 한국-싱가포르, 한국-러시아 부부 2쌍의 백년가약이 예고됐다.

    이날 오후 2시. 신랑 심성보(36·한국)씨와 신부 추아완잉(36·싱가포르)씨가 수십 명의 문무백관, 기수와 함께 테마파크 가야왕궁 태극전 앞에 섰다. 왕과 왕비의 의복을 착용한 부부는 기수의 안내를 받으며 천천히 예식장(태극전)으로 입장했다.

    태극전 대문이 열리자 식장 내외 400여명의 하객과 관광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부부를 맞았다. 혼례식은 집례자(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예물 진상, 전통공연 등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심성보·추아완잉 부부는 12년 전인 2012년 일본에서 만났다. 이후 함께 한국으로 귀국했고, 4년 동거 후 2016년 혼인신고를 하며 법적 부부 관계가 됐다.

    심성보 씨는 “그동안 직장 때문에 일본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혼례를 올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며 “작년부터 한국에 머물게 됐고 아내가 혼례를 올리고 싶어 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추아완잉씨는 “한국 전통에 대해 궁금했는데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니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람객들은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와 함께 결혼식을 관람한 김성원(45)씨는 “허왕후라는 역사적 내용을 바탕으로 다문화 혼례를 잘 살린 것 같다”며 “이처럼 다문화가 긍정적인 느낌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쉬움도 나왔다. 한 관람객은 “신부가 싱가포르에서 왔는데, 허왕후에만 초점을 맞춰 인도풍 공연이 이뤄진 점은 조금 아쉽긴 했다”며 결혼식 과정에서 신부 측 나라의 문화를 담지 못한 것을 지적했다.

    왕궁결혼식은 올해 김해방문의 해를 맞아 김해문화재단이 기획한 관광 콘텐츠다. 표면상으론 ‘국내외 관광객 유치’와 ‘가야문화권 김해의 정체성 확보’를 내세웠지만, 그 안에는 다문화와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환대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재단은 지난 3월 역사·문화·공연 전문가 자문을 받아 왕궁결혼식을 기획했다. 이후 신청자를 공개 모집한 결과, 총 7쌍의 커플이 지원했고 심사 끝에 두 커플이 최종 선정됐다.

    재단 관계자는 “공개모집 과정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고, 오늘 결혼식에도 많은 관람객이 찾아줬다”며 “기획 단계에서부터 향후 지속성을 염두에 뒀기에 앞으로도 다문화 부부의 왕궁결혼식이 지속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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