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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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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상은 배운 만큼 보인다- 정태준(창원향토학교 교장)

  • 기사입력 : 2024-04-28 19: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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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움의 한을 풀어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학교가 있다. 말이 학교이지 자그마한 단과 학원과 같은 곳이다. 학교에 들어서면 ‘세상은 배운 만큼 보인다’는 글자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곳은 창원종합운동장 내에 있는 ‘창원향토학교’이다. 예전 어려웠던 시절 여러 가지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쳐 한이 맺힌 사람들이 모여 정열을 쏟는 곳이다.

    이 학교에서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다문화 사람들이 한글 공부를 하고, 국가검정고시에 대비해 초·중·고 과정의 전 과목을 공부한다. 검정고시에 합격할 때까지 무료로 운영되며 평생교육기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 은퇴하신 선생님, 공무원, 학원강사, 대학교수 등 다양한 계층 22명의 선생님들이 무료 봉사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학교는 1988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약 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1500여명이 공부하여 800여명의 학생이 국가검정고시에 합격하였다. 그중 일부는 대학교에 진학하여 학사가 되기도 했다. 검정고시 준비 학교로는 경남에서 유일하며, 지금까지 도내 최고령 합격자도 4명이나 배출했다. 이를 인정하여 지난해 말에는 ‘경남교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의 나이는 60에서 80대 후반까지의 어르신들이다. 이렇다 보니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형님, 누나로 부르기도 해 학교인지 사회인지 구분이 안 돼 우스울 때가 있다. 한글수업은 글자 알기, 편지쓰기, 일기쓰기 공부로 이뤄진다. 어려웠던 시절 공부를 하지 못하게 한 부모님을 원망하는 편지를 쓰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쳐다보면 가슴이 아플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영어를 배우기 전에는 커피를 파는 곳과 식당의 구분이 힘들었고, 택시를 타는 곳과 버스를 타는 곳이 구분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좋아한다. 그래서 ‘세상은 배운 만큼 보인다’라고 하는 것이다.

    배우고 싶어도 부끄러워서 학교의 정문에 들어서기가 힘든 분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창원향토학교로 오셔서 배움의 한을 풀고 세상을 밝고 넓게 보시기 바랍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정태준(창원향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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