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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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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잡겠다더니… 정부 지원 없는 거나 마찬가지”

[창원의 농산물도매시장 가보니]

  • 기사입력 : 2024-03-20 21: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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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싼 과일에 손님 발길 끊겨 한산
    정부 가격 안정 대책 효과 없어
    지원금 받는 대형마트만 덕봐
    “가격 낮추려면 도매시장 지원을”


    “지금 과일값 내리겠다는 정부 정책은 우리 같은 도매시장에는 도움이 안 돼요.”

    창원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이모(50)씨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백억원을 풀어 과일값을 내리겠다고 했는 데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결국 지원금을 받는 마트 등 대형 유통계만 덕을 보는 것”이라며 “과일값이 오르고,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직거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도매시장도 손님 발길이 끊겼다. 지난 설날 매출은 3분의 2 수준으로 확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치솟는 과일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납품단가 지원을 확대하고 할인 예산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지원에서 제외된 도매 업계에서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할인 지원에도 과일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창원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할인 지원에도 과일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전 창원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 오전 방문한 창원의 한 농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은 과일 상자를 정리하며 손님들을 기다렸지만, 시장은 한산했다. 이곳은 유통 마진이 대형마트나 전통시장보다 적기에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

    상인들 등에 따르면 품질이 좋은 사과(후지) 10㎏은 11~13만원에 경매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자 찾는 이가 줄어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창원의 한 농산물도매시장의 국내산 과일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줄어든 적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A씨는 “지난해 날씨가 좋지 않아 사과 생산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비싸졌다. 7~8월에 햇사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격이 오를 것 같다. 이후에도 재배 면적이 줄어 생산량은 계속 감소한다고 하니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싸졌다는 뉴스가 많으니, 손님들도 값싼 냉동 과일을 찾는다. 재고가 많이 남아 사과나 딸기를 버린 적도 여러 차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상인 B씨는 “도매시장은 정부 지원이 없다. 가격을 낮추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거나 재배하는 농가를 지원해야 하는 데 마트만 지원하니 효과가 없는 것”이라며 “소매도 팔려야 도매도 사람이 찾는데 지금은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5일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납품단가 지원(755억원), 할인 지원(450억원) 등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기간과 품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 단가와 할인 지원을 시행할 방침이다. 유통업체 납품단가와 소비자 판매가 인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도 구매량을 늘려 단가를 낮추고 있다.

    하지만 과일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농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19일 기준 사과(후지) 10㎏의 도매가격은 9만2180원으로 한 달 전(8만6380원), 일 년 전(4만1480원)보다 각각 6.71%, 122.22%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과 저장량은 전년보다 31% 줄어든 20만3000t으로 나타났다.

    도내 한 청과시장 관계자는 “도매시장에 지원이 되어야 전통시장 물가도 잡히고, 중간 유통 과정도 부담을 덜 텐데 도매시장만 소외됐다”며 “사과나 배는 올해 과일이 나오기 전까지는 값이 낮아지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글·사진= 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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