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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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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한 ‘연극 반세기’… 오늘도 ‘현장’ 속으로 ‘출발’

[수요문화기획] 창단 50주년 맞은 진주 극단현장

  • 기사입력 : 2024-02-27 21: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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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년 지역청년 연극 열정으로 첫출발

    창단공연 ‘출발’… 상근제로 전문성 강화
    십시일반 돈 모아 후배들 수도권 유학도
    2005년 사단법인, 4년 뒤 예술법인 지정


    2020년 ‘예술중심 현장’으로 새 출발

    시민 기부로 건물 매입 복합문화공간 개관
    지역성 담은 다양한 콘텐츠 꾸준히 제작
    대표 공연인 ‘의기 논개’ 20여년 롱런 중


    ‘출발’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수없는 시작과 수없는 도전들로 이뤄진 삶에서 우리의 출발은 도착지 없이 원으로 이뤄진 철도 위에 선 기차 같기도 하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은 ‘극단현장’이 1976년 진주 청탑예식장에서 펼친 창단 공연의 제목 또한 ‘출발’이다. 앞으로 이어질 출발의 기적 소리를 예고한 공연이기도 했다.

    지난 1976년 극단현장의 창단공연 '출발'의 한 장면. /극단 현장/
    지난 1976년 극단현장의 창단공연 '출발'의 한 장면. /극단 현장/
    지난 2014년 극단현장의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출발'의 한 장면. /극단 현장/
    지난 2014년 극단현장의 창단 40주년 기념공연 '출발'의 한 장면. /극단 현장/

    ◇극단현장의 무수한 출발= 창단 공연 ‘출발’은 지난 2014년 극단현장의 40주년을 맞는 해에 새롭게 각색돼 무대에 올랐다. 간이역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 ‘역무원’ 역할로 방상진 선생이 연기를 펼쳤다. 방 선생은 극단현장의 원년멤버이자 창단 공연 ‘출발’의 연출가였다. 그가 극단현장에서 내디뎠던 출발은 향후 극단현장의 무수한 출발들로 이어졌다.

    1974년 8월 30일, 연극을 갈망하는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극단현장을 창립했다. 방 선생을 포함해 이희대, 서영수, 조희래, 모왕갑, 김형규 등이 그 주역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희대 선생은 극단의 이름에 대해 ‘연극이란 지금 이 순간, 이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었기에 ‘현장’으로 지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진주에는 동호회 형식으로 여러 극단들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극단현장은 ‘취미’보다는 ‘극단’의 정신에 맞추기로 했다. 여유가 될 때 연극을 하는 타 극단과 달리 1년에 6작품을 해보자고 정하고 단원들은 일이 끝난 뒤 극단에서 새벽까지 연습을 했다. 극단이 본격적으로 전문화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단원들은 따로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나 전문성을 위해 ‘상근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당시 상근직 몇 명이 들어왔는데, 고능석 현 대표도 그때 상근직으로 극단현장에 발을 들였다. 선배 단원들은 상근직 후배들을 양성하기 위해 수도권 연극아카데미와 극단 등으로 유학을 보냈다. 이들의 학비와 생활비 전액은 선배 단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해결했다. 인재 양성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 극단현장은 단원들을 대상으로 연기, 노래, 퍼포먼스, 철학 등의 공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기반으로 2005년에는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경남에서는 극단이 사단법인으로 설립되는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2009년에는 전문예술법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극단현장의 가장 최근의 ‘출발’은 현재 극단의 공연장과 사무실 등이 들어선 건물인 ‘예술중심 현장’의 개관이다.

    지난 1976년 극단현장의 창단공연 '출발'의 포스터. /극단 현장/
    지난 1976년 극단현장의 창단공연 '출발'의 포스터. /극단 현장/
    지난 2014년 극단현장의 40주년 기념 공연 '출발'의 포스터. /극단 현장/
    지난 2014년 극단현장의 40주년 기념 공연 '출발'의 포스터. /극단 현장/

    ◇지역과의 선순환, 지역극단의 미래= 극단현장은 2007년 옛 단관 영화관을 리모델링해 공연장으로 사용해 왔는데, 건물 운영이 어려워진 건물주가 건물을 매물로 내놓게 된다. 극단현장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려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융자로 큰 대출을 받았는데, 문제는 나머지 비용이었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파란만장 백만대군’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8000여만원의 기부를 받고 1억2000만원의 무이자 융자를 받아 무사히 건물을 매입해 2020년 ‘예술중심 현장’을 개관했다.

    극단현장이 시민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그들이 보여왔던 지역 사랑과 헌신에 있다. 대표적으로 ‘의기 논개’는 극단현장이 진주성 의암 위에서 지난 2000년부터 공연해 온 뮤지컬로 지금은 진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의기 논개에는 극단현장과 외부에서 섭외한 전문 배우를 포함해 시민극단 배우와 지역 시민들까지도 배우로 오른다.

    진주의 논개를 모티브로 만든 극인 ‘의기 논개’처럼 극단현장은 지역성을 내세운 콘텐츠를 무수히 만들어 냈다. 시인 김소월과 진주 출신 기생 채란의 이야기를 다룬 ‘팔베개의 노래’, 백정과 진주의 전설적인 도둑인 강목발이를 소재로 한 연극 ‘강목발이’, 함양에 있는 상림숲을 조성한 신라시대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최치원 선생을 다룬 ‘길 위에서’, 진주의 백정들이 일으킨 우리나라 근대 최초의 인권 운동인 형평운동을 모티브로 한 마당극 ‘수무바다 흰고무래’ 등이 그것이다.

    고능석 대표는 50년을 맞은 극단현장의 출발에 대해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는 선순환이 기반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극단이 지역을 사랑하고 지역 또한 사랑을 주는 선순환. 극단현장이 오랜 시간 활동할 수 있었던 동력이 그것에 있다.


    고능석 극단현장 대표.
    고능석 극단현장 대표.

    고능석 극단현장 대표 인터뷰

    “연극으로 삶의 본질 공유하며 지역에 문화 가치 전할 것”

    -10년간 극단현장의 대표로 계신다. 극단현장의 첫 상근직이기도 한데, 어떻게 극단에 들어오게 됐나?

    △경영학과에 진학했는데 대학에 입학을 하자마자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군대 다녀와서는 연극을 안 하겠다 생각했는데 전역 후 운명처럼 연극을 하게 돼서, 이게 내 길이구나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고 조구환 연출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연극 연출을 하러 오셨는데, 극단현장에서 연극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극단현장에 상근직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어 상근직이라면 괜찮겠다 싶어 들어가게 됐다.

    -극단현장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삶의 본질을 연구하는 연극인이 자신이 깨달은 것을 연극으로 공유하는 그런 순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지역민이 우리를 소중한 지역의 문화예술 자산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해왔다.

    -50주년인 올해 예정된 기념행사가 있을까?

    △50주년 당일인 올해 8월 30일, 150명 내외의 분들을 초대해서 간단한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다. 극단의 흐름과 미래 방향들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념공연으로는 ‘강목발이’를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진주 형평운동과도 관련이 있고 2016년 대한민국 연극제에 금상을 받은 이력이 있는 작품이라 시민들께 보여주고 싶다.

    당일 낮에는 지역 화가인 박근우 화백이 우리 극단의 이미지들을 그림으로 그린 것을 전시하려 한다. 전시 오픈식 때는 극단의 연극을 소개하면서 그 시대를 향유했던 우리 작품들과 연관이 있는 대중가요를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코디어니스트가 연주할 예정이다.

    -극단현장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우리 단체의 가치, 더 나아가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고 싶다.

    극단을 아껴주는 회원들도 그렇고 우리 극단에는 후원회가 따로 있는데, 이분들은 우리가 상업적인 활동보다 가치주의적인 활동을 더 많이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가치를 전파하고 사회를 올바른 모습으로 지탱할 수 있는 우리의 활동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문화단체로서 길게 갈 수 있는 방안인 것 같다.

    어태희 기자 ttott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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