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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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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정월대보름 놀이의 백미, 법흥상원놀이-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4-02-14 19: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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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월대보름에는 무얼 하고 놀까?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이면 마을마다 지신밟기가 이루어졌다.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마을 풍물패들은 가가호호 방문하여 잡귀·잡신을 몰아내어 가족의 건강과 복을 빌었고, 마을의 안녕과 풍작을 기원했다. 지신밟기가 끝나고 달이 뜰 무렵에는 미리 준비한 달집을 태우며 소원을 빌었고, 달집에 콩을 볶아 먹거나 쥐불놀이를 하면서 밤새 놀았다. 이날만큼은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노는, 그야말로 공식적인 마을 공동체놀이이자 축제였다.

    지신밟기는 음력 1월 15일인 상원(上元)에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마을놀이다. 이 외에도 정월에 이루어지는 놀이로는 줄다리기, 쇠머리대기, 용호놀이, 오광대놀이, 농악놀이, 별신굿 등이 있다. 대부분 무형문화재로 전승된다. 이 중 지신밟기는 특히 영남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밀양 법흥상원놀이는 타지역 상원놀이와 차별되는 특징이 있어 주목할 만하다.

    지신밟기, 줄다리기, 오광대놀이 등과 같은 상원놀이는 대부분 한 종목으로 전승되고 있지만, 반면 법흥상원놀이는 새벽부터 늦은 밤에 이르기까지 정월대보름 놀이의 집합체라고 할 만큼 그 구성이 다채롭다.

    법흥상원놀이는 크게 세 마당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마당은 이른 새벽에 이루어지는 ‘당산제’, 마을 뒷산의 공동 우물이었던 윗샘과 아랫샘에서 이루어지는 ‘용왕제’, 가가호호 이루어지는 ‘지신밟기’ 등과 같은 마을신앙이자 제의(祭儀)마당이다. 둘째 마당은 점심 이후에 이루어지는 놀이마당으로, 헌 신랑 다루기, 장작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돌다리 밟기 등으로 구성된다. 셋째 마당은 달이 뜨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대동화합의 마당으로, 달맞이, 달집태우기, 콩 볶기, 판굿 등으로 구성된다. 하이라이트에 해당되는 마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마당 중 첫째 마당인 지신밟기를 제외하면, 둘째 마당과 셋째 마당은 무형문화재에서 전승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는 정월대보름 놀이의 백미에 해당하지만, 달집을 태우는 행위는 전국의 무형문화재를 통틀어 법흥상원놀이가 유일하다.

    법흥상원놀이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 온종일 이루어지는 놀이다. 그 속에는 당산풀이, 용왕풀이, 지신풀이, 사위노래, 장모노래, 윷놀이소리, 돌다리밟기소리, 달맞이소리(칭칭이), 나뭇꾼소리(어산영) 등의 민요가 포함되며, 당산제·용왕제·지신밟기와 같은 마을신앙의례가 이루어지며, 조선 후기부터 전승되어 온 신랑을 거꾸로 매달아 신고식을 치르는 ‘헌 신랑 다루기’ 풍습까지 다루고 있다. 윷놀이, 널뛰기, 연날리기, 팽이치기, 돌다리 밟기 등과 같은 남녀노소가 즐겨 왔던 민속놀이도 대거 이루어진다.

    달이 뜨는 순간에는 그동안 준비해 온 대망의 하이라이트, 달집을 태운다. 달집에 불이 붙으면, 그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풍물이 연주되며, 참여한 모든 이들은 굿거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에 맞추어 자유롭게 춤을 추고 논다. 콩도 볶아 먹는다. 그야말로 상원놀이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가호호 방문하는 지신밟기의 전통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달집태우기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매년 정월대보름 각 시군 읍·면·동에서는 넓은 공터나 둔치에서 달집태우기 행사가 크게 개최되고 있다. 술과 고기, 떡과 과일, 국밥 등과 같은 먹거리가 무료로 제공되고, 달집을 태우는 순간에는 참여한 모든 이들이 각자 한 해의 소망을 빈다. 화재에 민감한 겨울이어도 이때만큼은 전국적으로 달집 태우는 것이 허용된다. 정월대보름 놀이가 지닌 대동 화합의 힘일 것이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이번 정월대보름에는 달 뜨는 순간을 맞이하며, 한 해의 소망을 빌어보는 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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