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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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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허리 수술 후 걷기, 왜 좋을까

윤석환 (창원제일종합병원 신경외과 1과 원장)

  • 기사입력 : 2024-02-05 08: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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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 석 환 창원제일종합병원 신경외과 1과 원장

    수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상의 회복이다.

    특히나 걷기와 같은 일상의 가장 기초적인 활동들을 질병 전의 컨디션으로 되돌려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통증을 조절해 기초적인 생활 이외의 취미활동까지도 이어가도록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노년에 있어 걷기는 남은 생의 생활패턴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능이다. 노년들의 장래 희망이 100세까지 건강하게 걸어 다니기라니 굳이 더 설명하지 않기로 하겠다. 과거의 절개술, 즉 유합술에 비해 내시경 술이 각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유합술과는 다르게 근육과 같은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존해 병변만 제거하니 유합술에 비해 수술 후 빠르게 걸을 수 있고 직장이나 일상 복귀가 현저히 빠르기 때문이다.

    걷기에 대한 건강적인 측면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는데, 최근 아주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전해져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실험쥐를 상대로 한 연구에서 실험쥐를 매일 걷게 했을 때 허리 디스크 속 세포 수가 크게 늘어나고 디스크를 구성하는 물질이 더 풍부해졌다고 한다. 또한 달리기를 했을 때도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디스크가 더 두껍고 디스크 속 수분 함량이 더 높았으며, 섬유륜의 두께가 두꺼워져 섬유륜이 찢어졌을 때의 회복력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사망률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1주일 1~2회 8000보 이상 걸었을 경우 사망률 14.9% 낮아지고, 1주일에 3~7일 8000보 걷기를 했을 때 사망 위험은 16.5%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걷기는 사망률조차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는 장요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넓적다리 앞쪽에 있는 엉덩근과 큰 허리 근육을 일컫는다. 걷기, 계단 오르기, 달리기 등 척추를 건강하고 통증 없이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으로 엉덩관절을 굽히고 두 발로 서 있을 때의 자세 유지에 크게 관여한다. 허리에 통증이 있는 경우 적절한 스트레칭으로 장요근을 강화하면 통증을 줄이고 추가적 부상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앉은 자세가 많을 수록 장요근의 만성 수축을 유발한다.

    수술 후에는 무리한 운동은 삼가고 약 한 달간의 보조기를 착용 한 채로 장요근과 중둔근, 대둔근, 즉 큰 엉덩이 근육을 단련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그때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바로 걷기이다. 걷기와 같은 운동으로 허리 근육을 자극해 강화할 수 있고 혈액 공급을 통해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근육이 움직일 때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므로 우리가 걷는 동안 호흡하고 심박동수를 적절히 올림으로 혈액의 순환을 도와 수술로 피곤해진 허리와 엉덩이 근육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수술의 상처를 빠르게 회복하게 되는 것이다.

    걷는 정도는 통증을 기준으로 해 걷는 동안 통증이 있다면 쉬어야 한다. 걷기 후 다음 날 까지도 역시 통증이 지속된다면 걷기의 강도를 줄여야 한다. 누군가가 키를 뽑아 올리는 듯한 느낌으로 허리를 쭉 펴서 당당한 자세를 유지하고 평소보다 보폭을 조금 더 멀리 디디며 어깨가 살짝 회전하는 자세로 근육 전체를 사용하여 강화하도록 하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내시경술은 굉장히 좋은 수술법이다. 그러나 의료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수술 후 개인의 관리 능력에 따라 이후 삶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하자.

    윤석환 (창원제일종합병원 신경외과 1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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