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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2월의 학교는 과거×현재×미래- 전성수(창원 감계초 교사)

  • 기사입력 : 2024-02-01 19: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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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4차원 시공간(spacetime)에 존재한다. 3차원 공간(space)과 1차원 시간(time)이 합쳐져 4차원 시공간이 된다. 대략 0차원은 점, 1차원은 선, 2차원은 면, 3차원은 입체라고 보면 된다. 4차원 시공간 속의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하나씩 낮춘 2차원 공간과 0차원 시간만 인식할 수 있다. 우리의 공간이 3차원 입체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의 뇌가 2차원으로 입력된 정보를 치밀하게 작업한 결과이다. 또한 우리는 1차원 시간 속에서 0차원 시점인 현재만 인식한다. 과거는 기억될 뿐이고, 미래는 볼 수 없다. 인터스텔라 영화 속 머피의 방이 서로 다른 시간으로 쭉 늘어선 장면은 2차원 이상의 시간이 표현된 과학적 상상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현재에 살고 현재만 느낀다.

    학교는 다르다. 엄밀한 과학에서 벗어나 바라본 2월의 학교는 더 높은 차원의 시공간에 존재한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2월의 학교는 2차원 시간이 담긴 5차원 시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2월의 학교는 이전 2023학년도의 마무리를 위해 ‘과거’를 붙잡는다. 남은 진도를 챙기고, 1년 동안의 평가로 바쁘다. 교실 뒤 게시판에 걸려있던 작품은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가고, 꽉 차 있던 사물함은 비워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일 년을 거쳐간 시간이 다시 소환되고, 차츰 정리된다.

    2월의 학교는 2023학년도의 ‘현재’ 진행형이다. 여전히 국어책을 읽고 있고, 식사를 위해 급식소에서 줄을 서며,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 일 년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가르친다.

    2월의 학교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준비로 바쁘다. 지난 2023년을 통해 다음 2024년을 준비한다. 교육과정을 새롭게 짜고, 예산 편성을 다시 한다. 교실 앞 학급안내판이 바뀌고, 방학 동안 진행된 공사가 서둘러 마무리된다. 정든 선생님이 떠나고, 새로운 선생님이 온다. 졸업한 아이들을 아쉬워할 틈도 없이 1학년 입학생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이처럼 2월의 학교는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여러 시간들이 늘어선 머피의 방을 숨차게 헤매던 5차원 시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백꽃이 봄소식을 알린다. 따스한 봄기운에 한껏 여유도 부리고 싶다. 하지만 2월은 가장 짧은 달이다. 2월의 몸집을 줄인 사연이 분분하겠지만,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2월의 학교 입장에선 작은 2월이 반갑지만은 않다. 5차원의 2월인데 최소한 보름은 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혼돈의 고차원 시공간 속에서도 아이들은 말한다.

    “선생님! 2월 29일 생일은 어떻게 해요?” 이런 게 학교다.

    전성수(창원 감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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