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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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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회복적 질문’으로 서로 성장- 하경남(진해중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23-11-30 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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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한 선생님이 학생 한 명을 데리고 와서 말했다.

    “얘가 주먹으로 유리창을 깼어요.”

    “누구 다친 사람은 없는가요?”

    “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요. 수업 중 친구랑 장난치는 듯하더니 갑자기 얘가 가방을 들고 교실 밖으로 나가 창문을 쳐서 깼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데리고 왔어요.”

    방과 후 ‘누리 교실’ 시간에 일어난 일이다. 일단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를 위해 ‘나와 타인, 회복적 질문으로 되돌아보기’라는 이름의 ‘회복적 성찰문’을 작성하게 한 뒤 이야기를 나눴다.

    두 명은 각자의 처지에서 상황과 어려움을 말했다. A학생은 기분이 좋지 않은데 B학생이 놀리고 필통을 던져 너무 화가 나 교실을 나갔고, 분을 못 참아 유리창을 깼다고 말했다. B학생은 자기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 A학생에 필통을 던졌다고 했다.(상황 이해) 그리고 A학생이 유리창에 손을 다쳤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B학생은 필통을 던져 맞은 A학생이 기분이 나쁠 것 같다고 털어놨다.(피해, 영향 파악)

    둘은 서로 이야기를 듣고 오해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다.(자발적 책임)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누군가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것을 지킬 수 있는 만큼 약속을 했다.(관계 설정)

    나는 ‘회복적 질문’으로 접근했고, 아이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하고 사이좋게 교무실 문을 나갔다.

    서로 이렇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면 서로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과 왜 기분이 나빴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진심으로 사과도 못 했을 것이며, 둘 사이는 서먹서먹하거나 보기 싫은 친구 사이가 됐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고 편해졌단다. 놀린 것이 미안하단다. 다음에는 화가 난다고 유리창을 깨거나 하지 않고 대화로 풀 거란다.(성찰의 기회).

    아이는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며 자란다. 다만, 잘못을 어떻게 책임지게 하는가의 과정은 어른이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이는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성장한다. 서로의 상황과 그때의 분위기, 그것으로 인한 영향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떻게 책임질지 알게 된다.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스스로 찾아낸다. 경남교육청 ‘관계회복지원단’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해 관련 학생이 서로의 상황과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책임질 수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전히 과제가 많지만, 학교와 교육청, 경찰청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가는 이 흐름이 나비의 날갯짓이 돼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경남(진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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