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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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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우리- 하경남 (진해중학교 교사)

  • 기사입력 : 2023-11-03 08: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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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 경 남 진해중학교 교사

    한 교실에 23~25명의 학생. 30명이 넘는 학생이 한 반에 있는 다른 학교에 비해 우리 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편이지만, 23명만 있어도 교실은 왁자지껄 정신이 없다. 14년 전 문·이과로 반을 나누고, 남녀를 합반으로 하지 않아 47명이 한 학급, 남자 고등학생 담임을 맡았었지만, 그때보다 지금의 학급 분위기는 사뭇 다르며 힘들다. 많은 학교 상황이 그러하다. 수업 집중도가 예전만 하지 않다. 아픈 아이가 너무나도 많다.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고 힘듦을 호소한다.

    아이를 보살펴주는 일상의 공동체가 사라진 요즘, 특히 코로나19는 또래 간 관계성을 쌓아가는 시간을 주지 않아 다른 사람의 피해는 느끼지 못한 채, 자기 마음대로 하는 성향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게다가 원 공동체인 가정에서 따뜻한 관계성을 느낄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당장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하기에 보호자는 아이와 이야기 나눌 틈이 없다. 하루 8시간 노동만으로도 가족이 살아가는 데 별 무리가 없다면, 저녁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것이며, 함께 식사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에게 눈 맞춤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행복해하리라. 그 행복은 직장에서의 활력으로 이어지리라.

    사회의 여러 불평등, 관계성을 맺지 못하는 개인주의는 오롯이 가장 약자인 아이들에게 집중되어 나타난다. 학생들 사이의 잦은 갈등과 다툼으로 나타나고, 교사의 힘듦으로 이어지고, 아이들 간의 갈등이 보호자 간의 싸움으로, 학교와의 싸움으로 가기도 한다.

    하루를 살아내기에도 급급한 가정의 형태는 하루를 살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는 가정과 무관하지 않다. 서로에게 피해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불공정한 사회구조는 오롯이 나의 문제가 된다.

    누가 교육이 정치와는 멀다고 하였는가? 교육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중립은 특정 권력에 이익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지, 국민 대다수가 안전해지는 교육환경을 위해서는 그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야기해야 하고 바꾸어야 한다. 그런 행위 자체가 모두 정치적이기에, 교육정책의 입안은 다분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정치적이어야 한다. 공공을 위한 교육환경이 어떤 것이며 무엇이 필요할지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기에, 목소리 내는 교사는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가운데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교사도 보호자도 안전한 공간에 살 수 있다.

    모두가 안전해지고 평화롭기 위해 어떤 모습의 사회여야 하는지 모두의 지혜를 모아 방안을 찾고 실천하여 함께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하경남 (진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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