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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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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예술의 쓸모-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 기사입력 : 2023-10-11 19: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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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야흐로 문화예술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가을이다. 문화예술계에서도 특히 공연은 가을이 가장 바쁜 시즌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단체들은 연초 각종 창작지원기금이 결정되면 봄, 여름에 창작에 몰두하고 하반기 신작을 발표하거나 정기연주회를 연다. 극장 종사자들은 내년도 라인업과 예산규모를 가늠하는 시즌으로 열심히 공연의 현장을 찾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알맞은 온·습도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청량한 가을의 날씨는 축제를 열어 많은 사람을 모으는 데 큰 몫을 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서울아트마켓,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창원국제실내악축제 등 한 번쯤은 듣고 찾았을 각종 공연예술 행사들이 가을에 밀집되어 있는 이유이다.

    코로나19가 지배한 지난 3년의 시간은 많은 사람들이 특정시간 한 공간에 모여 공연을 향유하는 예술 형식의 특성상 공연예술계를 지독하리만치 괴롭혔다. 연기와 축소는 예사였고 공연 취소는 참여하는 모든 예술인과 스태프들의 생계를 옥죄었다. 비대면 서비스의 수요가 급증한 탓에 공연일이 줄어든 예술가들이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작년 가을은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고 맞이한 첫 가을이었고 예술계도 잃었던 활기를 되찾던 시기였다.

    그러나 10월 말, 안타까운 이태원 참사 이후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취소가 다시금 줄을 이었다. ‘파블로프의 개’와 같이 무조건 반사적인 신속한 조치였다. 예술의 쓸모에 웃음과 유쾌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건만, 대안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폐막공연 취소를 선택했을 때, 창원국제실내악축제는 취소 대신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곡을 연주하며 애도의 시간을 가지는 선택을 했다. 사람들은 공연장을 찾아 함께 추모하고 아픔을 나누었으며 그 위로의 시간은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어떤 재난과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치유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픔을 위로하고, 이를 기록하여 기억해 주고 잊지 않는 것. 예술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의 쓸모이다. 예술은 계속되어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일상에 공존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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