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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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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맨발 걷기와 교육- 허인수(전 경남교육연수원장)

  • 기사입력 : 2023-10-05 19: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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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 걷기 인구가 꾸준히 늘어오기는 했지만, 요즘은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동호인이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난 듯하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맨발 걷기 제자(?)들이 전해주는 목격담도 풍성해졌다. 예전에는 산행길에 한두 명씩 만났는데 지금은 상당수가 맨발 산행을 한다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맨발 걷기 하는 사람들로 어깨가 부딪힐 지경이라는 등.

    사실 맨발 걷기는 운동적 측면의 유익함 외에도 맨발이기에 기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많다. 인류 최악의 발명품이라는 신발로부터 발을 해방시켜 발바닥 아치의 천연 스프링 효과를 얻게 하고, 이를 통하여 근골격계 질환의 예방과 치유 효과를 누리게 한다.

    고무 깔창의 방해 없이 나뭇가지나 돌, 흙의 입자를 밟아 갖게 되는 지압 효과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어싱(Earthing)이라 불리는 접지 효과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 음전하를 띤 지표면의 자유전자가 맨발을 타고 몸속으로 올라와 만병의 근원인 양전하의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 내 몸을 병들게 하는 몸속 정전기는 땅속으로 흘러나간다.

    그러나 맨발 걷기 할 흙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나마 경남은 2015년을 기점으로 대다수 학교에 인조잔디와 우레탄 트랙을 걷어냈으니, 주민이나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축복이라 할 만하다.

    우리 사회와 학교는 왜 이렇게 흙을 멀리하게 되었을까. 어린아이가 운동장에서 놀다 신발이 벗겨지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무슨 큰일이나 난 것처럼 흙을 털어내고 신발을 신기느라 바쁘다. 정말 신발 속이 흙보다 깨끗하다고 믿는 걸까.

    맨발 걷기를 망설이는 분들은 날카로운 물질에 자상을 입지 않을까, 운동장에 개나 고양이의 배설물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한다. 학교 운동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관리되고 있다. 비와 흙에는 유해균보다 유익균이 훨씬 많다. 마이코 박테리움 백케이와 같은 유익한 박테리아가 몸속으로 유입돼 세로토닌을 분비시킨다. 뇌는 활성화되고 항우울 작용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흙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함부로 포장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운동하는 아이들의 뇌가 훨씬 활성도가 높다는 연구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냥 운동하기보다 맨발로 하는 운동은 효과가 훨씬 크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맨발로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학교. 주말이면 아이들과 모래 장난하는 가족공동체의 모습에서 학교폭력의 해법을 떠올려 본다. 고착화된 의식의 관성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함께 하는 공동체의 삶이 어쩌면 교육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

    허인수(전 경남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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