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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화예술계에 분 통폐합 바람-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 기사입력 : 2023-10-04 19: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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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심한 치통에 시달려 우리 동네 치과를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의사의 진단이 아픈 치아에 관한 것이 아니고 딴소리나 한다면. 들어 보니 자신은 피부과 의사인데, 운영의 효율성을 이유로 나라에서 동네 병원들을 모조리 통폐합하는 바람에 치과진료까지 보고 있다는 것. 이 황당한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 병원을 신뢰하고 찾는 환자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약적인 이러한 가정은 몇 년 사이 전국 문화예술계에서 비일비재하게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운영의 효율을 이유로 문화예술 전문기관들이 마구잡이로 통폐합되고 있다.

    2013년 ‘경남문화재단’과 ‘경남콘텐츠진흥원’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폐합되었고, 대구에서는 2022년 ‘대구문화재단’, ‘오페라하우스’, 미술관, 박물관, 관광재단 등 무려 여섯 개 기관을 통폐합했다. 윤 정부의 ‘지방공공기관 혁신’ 과제는 통폐합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아직 국회 예산심의 절차가 남아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2024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100억 이상 대규모 공모사업 예산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사업으로 통합 편성했다. 마찬가지로 유사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는 전국 지역문예회관, 즉 공공예술극장들의 지원과 교류를 위해 출범한 조직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기초예술분야 예술인들의 창작지원과 국제교류를 전문으로 지원해 왔다. 비전 자체가 다른 두 기관이 20년 안팎 세월 속에서 들어온 현장의 목소리도, 집적된 노하우도 완전히 다른 결이라는 의미다. 물론, 어느 기관이든 세밀한 진단과 개선은 마땅히 필요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당사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였는가? 예술인들과 문화예술계 종사자들, 시민과의 소통 없는 혁신이 과연 얼마나 견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 전문기관들이 가진 적재적소의 ‘예술지원’은 사라지고 ‘관리·감독’만이 남게 될 것이 자명하다.

    공연피디가 일하고 있는 미술관, 관광 전문가가 이끄는 시립극단, 오늘은 오페라 전용극장에서 내일은 콘서트홀에서 일하고 있는 무대감독, 방향성을 잃은 예술지원 사업….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이가 아프면 치과엘 가야하고, 치과에는 치과의사가 있어야 한다.

    이수진(3·15아트센터 문예사업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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