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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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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맛도 좋고 빛깔도 좋으려면- 박진현(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9-25 19: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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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플럼코트라는 과일을 선물받았다. 자두의 상큼함과 살구의 달달함을 반반씩 담았다는 이 과일은 이국적이면서도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맛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눈 호강을 시켰는데, 한 입 베어 물면서 이렇게 맛도 좋고 색깔까지 예쁜 살구가 나왔으니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도 없어지려나, 하는 얘기를 나눴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빛깔만 예쁜 개살구가 많다. 취지는 더없이 좋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주민참여 예산제도 또한 그렇다. 지방예산 운용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예산 심의·의결권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활동에 주민을 참여시켜 사전에 조정하게 하는 주민참여 예산제도는 ‘재정 민주주의’를 달성하는 큰 축이다. 이런 좋은 취지 때문에 2004년 도입된 이 제도는 2011년 법제화된 이후 현재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이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주민의 대표성 문제이고, 둘째, 비슷한 금액으로 나눠 주기식이어서 결국은 소모성 예산이 되기 쉽고, 셋째, 주민이 원하는 사업이라기보다 시군에서 자체사업으로 진행하는데 애매한 사업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도의회 입법담당관실에서 낸 ‘2023년도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올해 주민참여예산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43.2% 줄었고, 이는 애초 계획한 예산의 51% 수준이다. 국세 감소로 지방재정에 빨간 불이 켜진 내년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참여 예산제도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 제도가 형식적 운영의 근본 원인으로 ‘집행부 주도’의 한계를 꼽은 바 있다. 주민참여예산의 제안 시기부터 편성, 심의·의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집행부가 아닌 지방의회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수많은 지역민을 만나는 지방의원이 주민참여예산 편성의 주 통로가 된다면, ‘대표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인 예산안 의결까지 그 취지를 이어갈 수 있다면 고질적 문제는 보완되고 남는다. 주민참여예산의 ‘플럼코트’는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박진현(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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