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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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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플라세보(placebo)- 임창연(시인)

  • 기사입력 : 2023-09-21 19: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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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세보란 말은 ‘기쁨을 주다.’ 혹은 ‘즐겁게 하다’라는 뜻으로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랜 질병이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질환일수록 플라세보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우울증이나 불면증 환자의 증상을 일부 완화하는 데 제한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 아니므로 현재 위약 처방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수많은 부상병으로 인해 치료 약이 부족할 때 많이 쓰였던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윤리적인 문제와 위약 처방 사실을 환자가 알았을 때 건강을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가 있다.

    플라세보는 발림말(flattery)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영양제 알약 가운데는 껍질은 단맛이 나는 물질을 발라놓은 제품이 있다. 만약 삼키지 않고 계속 녹여서 먹어보면 그 안의 맛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쓴맛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일시적인 사탕발림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필시 파국에는 나를 망하게 할 사람인 것이다.

    정치인이 국민을 상대로 경제정책을 플라세보처럼 일시 처방을 할 경우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결국은 국가의 재정을 빚더미에 앉게 할 것이다. 국가기관의 수장을 임명할 때도 능력보다는 논공행상의 논리로 자리를 앉혀서 다음 정부에도 알 박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선거를 전후로 집권 유지를 위해서 국가재정을 마구 풀어서 다음 세대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주게도 만든다. 국민이 정신을 차리지 않고 이런 집권 세력에게 다시 정치를 맡긴다면 국가를 망하게 하는 데 동참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집권자들은 오래전부터 스포츠를 통하여 플라세보 효과를 국민에게 써먹었던 적이 많았다. 정치에는 관심을 좀 끊고 다른 데로 눈을 돌리는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덕분에 스포츠가 한 단계 올라서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플라세보 효과는 어떤 사람에게는 일시적인 위로를 주기도 하지만 설탕처럼 계속 주입하게 되면 결국에는 몸을 망치게 되고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임창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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