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9일 (월)
전체메뉴

[촉석루] 청년, 지역의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김주영(밀양소통협력센터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9-17 19:34:31
  •   

  •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지금은 농촌에서 살고 있는 청년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농사를 짓거나 술을 빚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나 문화기획자로 일하는 청년들도 많았다. 자기의 속도대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서로 돕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자신의 재능이 소중하게 쓰이는 것도 즐겁다고 했다. 다만 자신들을 줄어들고 있는 인구수를 채우거나, 값싼 노동력 정도로 생각한다고 느껴질 때는 속상하다고. 농촌 지역에서 태어나 떠나지 않고 있는, 속 깊은 청년들을 만난 적이 있다. 친구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주위에서도 왜 서울로 가지 않느냐고 자꾸 물어보고, 자신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고향에 남기로 결심한 자신들보다 서울로 떠난 친구들을 더 대접해 줄 때는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소도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청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지금은 로컬 크리에이터로 유명해졌지만, 처음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는 직장에서 쫓겨나서, 사업이 망해서, 도시에 적응 못 해서 도망쳐 왔다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부모님조차도 못난 자식이 창피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고 한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방송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조금씩 인정을 해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는 못 하신다고.

    청년들이 대도시에 비해 아쉬운 것이 많은 지역을 떠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역을 지키고, 지역에 찾아오고, 지역으로 돌아오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이 기특하니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는 역할에 대한 기대만큼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실패와 성장의 시간을 응원하는 것, 가르치기 전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것,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포용하는 것, 그렇게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로컬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가 아닐까.

    김주영(밀양소통협력센터 본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