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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백중! 호미를 씻자!-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3-08-30 19: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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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력 7월 15일은 ‘백중’이다. 백중은 100가지 곡식 종자를 갖추었다는 의미로 백종(百種)이라고도 한다. 또한 백중은 중원(中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1월 15일의 상원(上元), 10월 15일의 하원(下元)과 함께 삼원(三元)이라고 하여 별에게 제사 지내는 초제(醮祭)가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백중은 불교에서는 ‘우란분절’ 또는 ‘우란분재’라고 하여,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에게 성불을 기원하는 법회가 열린다. 즉 우란분절은 부처님의 탄생, 출가, 성도, 열반의 4대 명절과 함께 5대 명절의 하나로 포함될 만큼, 불교의 주요 명절 중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백중에 대한 기록은 조선 초 성현의 용재총화(1525), 김육의 송도지(1648), 이운지(1827)·규합총서(1909)에는 백종(百種)이라 하였고, 조선후기 조재삼의 송남잡지에는 백종(百種)과 백중(白中)을 혼용하고 있다. 연려실기술(1806)에는 ‘속칭 백종이라 부르며, 스님들이 100가지 꽃과 과일로 우란분을 설치하여 불공을 드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열양세시기(1819)에는 ‘백종절로, 중원일에 100가지 꽃과 과일을 부처님께 공양하며 복을 빌었으므로 백종이다’고 하였고, 동국세시기(1849)에는 ‘백종일’, 20세기 초 장지연의 조선세시기에서는 속칭 ‘백종절’이라 하고 ‘백중’이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로 보아 과거에는 ‘백종’으로 사용하였으나 조선후기에 들어오면서 ‘백종’과 ‘백중’이 혼합되었고, 조선 후기부터 현대에 이르러서는 ‘백중’으로 사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백중은 민속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고된 농사일을 해오던 머슴들이 음력 7월 15일 백중날만큼은 하루 휴가 격으로, 지주들이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머슴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주었다. 그야말로 하루 동안 먹고 마시고 노는 날, 머슴들의 축제여서 이날을 ‘머슴날’이라고 하였고 이날부터는 그동안 들고 있던 호미를 씻어서 걸어둔다고 하여, ‘호미씻이, 호미걸이’라고도 불렀다. 한자로는 호미를 씻는다는 의미로 ‘세서연(洗鋤宴)’, 그리고 이날 머슴들 중에서 최고 으뜸가는 머슴을 뽑는 날이기도 해서 ‘머슴장원놀이’라고도 했다. 특히 밀양에서는 밀을 갈아 팥을 박아 찐 떡이나 콩을 볶거나, 술과 안주 등을 일컫는 ‘꼼배기참’이 나왔다. 꼼배기참은 쉽게 얻어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귀한 날에 나오는 것이어서 이것을 먹으며 논다는 의미로 ‘꼼배기참 놀이’라고 했다.

    이러한 백중행사는 논농사를 짓던 전국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백중놀이는 머슴날, 꼼배기참놀이, 호미씻이, 호미걸이, 두레먹기, 농사장원놀이, 세서연으로 매우 다양하게 일컫는다.

    이처럼 7월 보름 백중에 이루어지는 백중놀이는 전국 곳곳에 마을마다 전승되어 온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놀이로, 지역별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되고 있다. 전국에서 백중놀이라는 명칭으로 전승되고 있는 무형문화재뿐 아니라, 농요를 전승하는 대부분의 종목에 백중놀이가 포함된다. 왜냐하면 논 농사일에서 모를 찌고, 모를 심고, 한 벌, 두 벌, 세 벌로 논을 매는 일을 하고 나면, 결국 백중을 맞이하게 되므로, 농요를 전승하는 민속놀이에는 이러한 놀이가 대부분 포함된다.

    영남지역의 경우, 안동저전동농요, 예천통명농요, 예천공처농요, 상주민요, 구미발갱이들소리, 자인계정들소리, 문경모전들소리, 공산농요, 달성하빈들소리, 밀양백중놀이, 고성농요, 거창일소리, 양산의 웅상농청장원놀이, 함안농요, 수영농청놀이 등이 농요 관련 무형문화재인데, 농요와 함께 이러한 백중놀이(장원놀이)가 반드시 포함된다. 열심히 일한 후, 흙 묻은 호미를 드디어 씻는다. 그리고 그 호미를 걸어둔다. 추수 전까지 논 농사일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맞이하는 것, 이것이 백중놀이이다.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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