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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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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경남의 건축물 기행] 교류와 휴식의 공간 ‘카페’

자연 한 잔에 문화 두 잔… 카페, 그 마법의 공간

  • 기사입력 : 2023-08-10 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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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선 연재에서 다룬 도서관과 자연을 향해 열린 공공건축에 이어 이번 지면에서는 우리가 카페라 부르는 상업공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카페는 우리 일상 너무나 가까이에 있고 상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카페는 단순한 상업적 공간 이상의 다양한 의미가 존재한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카페의 시작과 발전과정에 대해 살펴보면, 유럽에서 대항해시대 무역선 투자가 활발해지고 투자정보를 얻고 교류하기 위한 모임이 생겨나고 에티오피아에서 가져온 커피가 음료로서 시작된 무렵이 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불린 이름이 ‘커피 하우스’이다. 이는 음료의 종류가 묽은 포도주나 에일맥주에서 커피로 바뀌고, 초대받아야 갈 수 있는 살롱에서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뀌게 되었다.

    반전의 공간이 숨어있는 거제 Five-Rings.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을 담은 공간이 펼쳐진다./(주)무위건축사사무소/
    반전의 공간이 숨어있는 거제 Five-Rings. 카페 안으로 들어오면 자연을 담은 공간이 펼쳐진다./(주)무위건축사사무소/

    커피와 차를 매개로 한 사회적 소통을 위한 만남의 공간으로 1675년경 런던에만 3000여개나 생겨날 정도로 엄청난 번성과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소통과 만남의 공간이라는 특성 덕분에 카페는 수많은 철학자와 예술가들의 아지트 역할도 했다.

    우리나라도 개항기 외국 공사관이나 선교사를 통해 왕실과 귀족에게 커피가 소개되었는데, 음료의 대상이 차에서 커피로 바뀌며 찻집에서 다방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카페는 왜 오랜 생명력을 갖고 발전과 진화를 거듭할 수 있을까?

    공공장소나 직장, 또는 지극히 사적인 집이 아닌 개방성을 가지면서 특정 목적을 갖지 않는 제3의 심리적 대안 공간이란 특성이 아닐까 한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업무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카페의 종류는 다양하겠으나 진화의 방향은 복합화와 문화공간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문화매개공간으로서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고 공부(카공), 갤러리, 공연, 강의, 체험, 이벤트, 공방 등과 결합해 다양하게 변해 가고 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건축에 위임된 역할은 무엇일까?

    SNS를 통해 확산되는 초기홍보에서 건축의 특이성은 상업적 가치를 높이는 유효한 전략적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건축가의 고민이 시작된다. 주인의 개성과 대지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어 특화된 공간전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대지가 가진 특성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바다, 강, 호수, 산, 고목 등 주변을 압도할만한 대상을 바라보는 곳이냐, 아니면 혼잡한 주변을 피해 철저히 내향적일 것이냐이다.

    이 지면에 소개하는 사례는 이런 환경요소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과 그 과정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시설 제한에 실내 면적 줄이고 외부 공간 확보
    각 층별 테라스 만들어 광암해수욕장 한 눈에


    #외부 테라스에서 바다조망이 좋은 카페 광암풍경

    먼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해수욕장 앞에 위치한 사례이다. 광암해수욕장이 재개장을 준비하던 시점으로 수자원보호구역으로 인해 시설규모가 제한되고 부정형의 대지가 갖는 조건에서 생겨나게 되었다. 바로 앞 바다에 대한 조망은 좋으나 제도적 제약으로 대형화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여기서 해결책은 부지 형상을 최대한 따르되 각 층별 외부 테라스를 만들어 실내면적은 줄이고 외부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다. 실내로 들어와 1층에서 루프탑까지 중심계단을 통해 오르면 건물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지만 실제 평수는 140평에 불과하다. 외부계단을 통해 2층으로 진입하고 캔틸레버(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 로 돌출된 3층 전망좌석이 이곳의 가장 좋은 자리인데 테이블을 2개밖에 놓지 못하니 봄가을의 좋은 계절에는 외부 테라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대지 주변 눈 둘 곳 없는 거제 도심 속 카페
    내부에 자연이 숨쉬는 ‘열린 공간’으로 반전


    #자연이 숨쉬는 반전의 공간이 숨어있는 거제 Five-Rings

    두 번째 사례는 거제에 위치한 곳인데 대지주변은 3~4층 규모의 다세대주택과 초등학교가 있고 건너편에 농경지로 둘러싸여 주변에 눈 둘 곳이 없는 도심속이다. 하지만 범위를 조금 넓혀서 보면 배후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고 도심에 가까워 충분한 수요와 접근의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철저히 내부로 열리는 공간을 제안하게 되었다. 부지의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부지 형상이 만드는 덩어리에서 가운데를 비워내고 옥상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면서 차량순환동선에 의해 생겨나는 변형된 타원의 고리를 갖는 중정이 만들어진다. 이 고리를 통해 하늘과 구름, 햇살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이 들어온다. 이용자는 번잡한 도심의 외부가 아닌 차분하고 편안한 내부로 향하게 된다.

    초가을의 일요일 오전 이곳을 찾았을 때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아이들을 대리고 나온 가족이 유난히 많은 날이었다. 한 아이는 나무데크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고 엄마는 태연히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 무심해 보이기도 편안해 보이기도 했다.


    창원 귀산 자연 환경·다양한 콘텐츠 접목
    오래 머무는 ‘복합 문화공간 만들기’ 중점


    #오랫동안 머무는 복합문화공간

    세 번째 사례는 창원 귀산동에 위치한 곳인데 귀산은 몇 해 전부터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창원시민이 즐겨찾는 곳으로 바다와 산, 하천 등 자연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손님들이 찾아와 오래도록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 더불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 만들기’가 목표였다.

    대지는 귀산 초입에 위치하여 접근과 조망이 좋다.

    카페, 베이커리, 식당을 한 공간에 넣어야 하는 프로그램은 각 성격에 맞는 크기를 설정하고 위치를 적절히 안배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카페는 전체 건물의 성격을 규정하고 지배하면서 나머지 두 기능을 수용한다.

    자동차로 접근하면서 보이는 다양한 뷰를 고려해 인지성과 입구성을 강조하는 매스(건축물 덩어리)를 구성하였다. 이를 위해 2중 슬라브구조로 층간에 이격을 주어 산세의 흐름이 이어지고, 내외부의 빛이 서로 관통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양한 층고로 건물 진입 시 긴장감과 확장감을 유도하였고 중앙계단은 건물 전체의 구심점으로 내외부의 움직임을 통해 건물 전체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하였다. 카페공간 구성은 각 조망점의 뷰를 고려해 바다와 산을 볼 수 있도록 하였고, 내부정원과 레벨차를 이용한 좌석 구성으로 다양하고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재즈공연, 또는 젊은 음악가들의 작은 음악회, 사진전, 강좌 등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오랫동안 머무르는 복합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카페를 사랑한 그들’의 저자 크리스토프 르페뷔르는 카페를 오아시스, 휴식, 모항, 행복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았고, ‘고독과 싸우는 최후의 보루로서 카페는 영혼에 위안을 주는 안식처이자 만남의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카페에 가게 되면 동행자와의 교류와 담소, 커피의 향과 케이크의 달콤함을 즐김과 동시에 건축가의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 또한 새로운 재미가 되어 시간과 기억이 누적되는 장소가 되어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서정석 건축사
    서정석 건축사

    (주)무위건축사사무소 서정석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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