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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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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에서]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 기사입력 : 2023-08-03 19: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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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생의 교사 폭행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푼 꿈을 가지고 교단에 섰을 신규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기사를 볼 때마다 선배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교육지원청 단위의 학교 지원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열정이 가득했을 신규 교사를 죽음까지 몰고 간 그 ‘무력감’도, 그동안 학부모들의 모진 말을 운 좋게 넘겨왔지만, 이제는 참지 않겠다는 교사들의 ‘슬픈 분노’의 마음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엘드’는 ‘교육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했다. 계속돼 오던 ‘교권 침해’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습관처럼 봐오던 그 고통이 이제야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기까지 교사들은 많이 지쳤고, 무기력해졌으며, 이제는 극단으로 내몰리게 됐다.

    물론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교사의 생존권과 행복이 올해 어떤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 그것은 큰 문제이다. 학기 초마다 좋은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운에 기댈 순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번 사건은 특정한 학생과 교사 간 권리가 충돌해서 생긴 문제를 넘어서서 학교 현장에서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들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없는 시스템 부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정당한 민원이라면 제기되는 것이 맞겠지만, 단지 자기 아이를 특별히 생각해 달라는 이유만으로 제기되는 수많은 민원은 교사의 ‘교육권’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학교는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지 이해관계의 장이 아니다. ‘내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의 맹목적 이기주의에 교사가 속수무책으로 당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한 장치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학생 인권과 교권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학생과 학생의 인권을 무기 삼은 학부모를 교사 개개인이 대응해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화된 민원으로 교사는 점점 열정이 사라지고, 기꺼이 했던 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육 활동을 멈추며, 마음과 정신이 소진되고 말 것이다.

    젊은 교사의 죽음은 우리에게 큰 과제를 남겼다. 자발적으로 전국에서 모인 교사들은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고 외치고 있다. 교육부는 교사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듣고 학교가 책임지게 하는 미봉책이 아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바란다. 학부모의 민원을 교사 개개인이 대응하지 않는 제도적인 시스템 마련과 구체적인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제공해 교권 신장과 함께 사회의식을 견인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만 마음을 모을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도 상호 존중과 공감의 학교 현장을 만들기 위해 함께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황지영(함안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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