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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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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경남의 건축물 기행] 산에 속한 건축

산을 마주보며 삶을 마주하다

  • 기사입력 : 2023-07-13 21: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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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 - Yi-Fu Tuan. 공간과 장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경남의 건축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 장소에 기반한다. 한국건축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경남건축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경남의 땅은 산과 들, 바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소개하는 건축은 산에 속한 건축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 작게 점유하는 건축이자 주변과의 관계설정이 강조되는 건축이다. 선정의 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편파적이다. 다만 내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가보고 들러서 애정이 쌓인, 삶이 스며든 공간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의 아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공간이다.

    지리산 웅석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MG 새마을금고 역사관 로비./이현준 건축사/
    지리산 웅석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MG 새마을금고 역사관 로비./이현준 사진작가/
    이용자 시선을 산 능선에 맞춘 산청 수선사 화장실 창./이춘식 건축사/
    이용자 시선을 산 능선에 맞춘 산청 수선사 화장실 창./이춘식 건축사/
    최소한의 마감과 밖이 보이는 산청 수선사 화장실 내부./이춘식 건축사/
    최소한의 마감과 밖이 보이는 산청 수선사 화장실 내부./이춘식 건축사/
    자연을 향해 열린 산청 남부문화센터 수영장./김상현 건축사/
    자연을 향해 열린 산청 남부문화센터 수영장./김상현 사진작가 /


    ‘매스’ 들어올리는 공법으로 프라이버시 확보
    신발 벗고 입장… 이용자 시선 맞춘 창 눈길

    산청 수선사 화장실
    산청 수선사 화장실

    ◇산청 수선사 화장실

    산청군 산청읍 내리에 위치한 수선사는 지리산의 웅석봉 줄기 아래 자리잡은 사찰이다. 아름다운 연못정원과 이색적인 나무다리, 그리고 주지스님의 노력이 느껴지는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절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이곳 경내에 자리잡은 화장실이다. 설계는 도무스 건축사무소 이춘식 건축사가 했다.

    절에서 화장실은 예로부터 해우소라고 불리며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선암사의 화장실이 유명하다. 일반적인 화장실은 인간의 행위 중 지극히 개인적이므로 외부에서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건축가는 일반적인 구법과는 다른 정반대의 수법을 썼다. 매스(건축물 덩어리)를 들어 올려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차경(창)을 통해 외부와 관계한다.

    절이 자리한 상부레벨에서 깔끔하게 정돈된 진입로를 따라 들어간다. 진입공간은 길게 구성되어 있다. 화장실만큼의 면적과 공간을 할애하였다. 이를 통해 전이공간을 구성하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곡면으로 구성된 벽면과 깔끔한 바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공중화장실에서 선택하기 힘든 ‘신발을 벗고 움직이는 공간’이다. 신발을 벗는 행위를 추가함으로써 이상하게 경건한 마음이 든다. 진입하면서 옆으로 주변을 볼 수 있도록 낮은 창으로 구성했다. 대변기 내부 공간은 시선 높이에 맞추어 창을 구성하여 외부를 조망할 수 있다.저 멀리 산을 보면서 지극히 개인적인 꼭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것, 특별한 체험이다.


    로비·전시관, 천왕봉·경호강 등으로 향해
    자연과 끊임없이 교유하는 탁 트인 역사관

    산청 MG 새마을금고 역사관
    산청 MG 새마을금고 역사관

    ◇산청 MG 새마을금고 역사관

    국도를 통해 산청읍으로 진입하는 초입 우측편(지리 718-1)에 새마을금고 역사관이 있다. 1층 로비 내 휴게공간에 무인카페 형태의 공간이 있어 주변의 직장인과 주민들이 자주 애용한다.

    건축은 약 10m의 경사진 부지에 들어서 있는 계단식 구성이다. 지상 3층, 1980㎡의 큰 매스(건축물 덩어리)의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나눠진 매스와 경사에 따른 배치 덕분에 이질감이 적다. 주기능은 새마을 금고의 역사를 전시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다. 설계는 T7 ARCHITECTS 건축사사무소㈜ 조경찬 건축사가 했다.

    건축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로비와 세 개의 전시관은 마주한 경관을 향해 놓이고 전시의 스토리텔링을 진행했다. 1,2,3전시관은 각각 경호강, 중정, 웅석봉을 향하고 ‘과거- 현재-미래’ 전시를 담고 있다. 약 200석 규모의 강연장과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는 외부 공간 사이에 위치한 외부 화장실은 대상지에 남아있던 옛 KBS 산청 라디오 중계소가 앉아있던 위치에 같은 느낌의 외장재로 계획하여 기억을 유지하고자 했다.“

    진입시 빛의 변화에 따라 벽면으로 떨어지는 사인은 시간의 흐름을 담고 주변 자연을 받아들이는 전시관의 건축적 태도임을 보여준다. 수공간을 따라 진입하면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거대한 벽과 같은 문과 접한다. 문 옆은 수공간 너머로 오픈된 로비공간이 보인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지리산 천왕봉 방향으로 열린 개방된 로비와 문화공간으로 들어선다. 교육공간인 강의실은 무대의 뒤쪽인 전면을 열어 산청 전체를 보게 한다. 전시관은 중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최종적으로는 옥상광장을 통해 다시 외부와 마주한다.

    모든 공간의 결절점에는 주변을 향한 시야를 확보하여 끊임없이 자연과 지역사회와 연계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열림과 닫힘의 연속적인 공간흐름이 긴장과 이완의 단계를 반복하게 한다.

    주차장에서 뒤쪽의 벽면을 먼저 보고 수공간을 따라 들어가는 것을 권한다. 교육실은 필요에 따라 오픈되지만 전시관과 로비는 항상 개방(주말, 공휴일 휴관)되어 있다. 무인카페를 이용하여 로비에서 휴식하고 전시관을 관람하면서 건물 전체를 돌아보면 자연과 끊임없이 교유하는 공간을 느낄 수 있다.


    도심·자연의 경계서 빛나는 열린 문화 공간
    작은 영화관·수영장서 하천·벚꽃길 한눈에

    산청 남부문화체육센터
    산청 남부문화체육센터

    ◇산청 남부문화체육센터

    남부지역에는 곳곳에 아름다운 벚꽃길이 있다. 이 건물이 위치하는 장소는 전면에 하천이 흐르고 하천을 따라 벚꽃길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책하는 길목이다. 건축은 도심과 자연이 만나는 경계에 자리한다. 주소로는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930-1이다. 설계는 건축사사무소 사람인과 다림건축사사무소가 공동으로 했다.

    건축의 주기능은 작은 영화관과 수영장이다. 삼각형 형상의 땅에 영화관과 수영장이 각 변을 따라 자리한다. 1층의 로비는 도심과 자연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사람들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2층의 열린 공간은 도심과 자연을 외부를 통해 연결하고 전면의 벚꽃길과 하천을 조망하는 작은 영화관의 대기공간이자 지역의 작은 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수영장에서는 자연을 향해 열어 벚꽃길을 보면서 수영한다. 프라이버시와 채광에 따른 녹조현상등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자연을 향한 시야와 채광을 확보함으로써 좋은 공간이 되었다. 작은 영화관의 로비는 대기공간으로서 건물 중심 공간인 데크와 직접 연결되며 대기하면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

    분명한 목적이 있는 공간이라 그냥 둘러볼 수가 없으므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작은 영화관이나 수영장을 직접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보고 사람들은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다. 산청이라고 얘기하면 다시 물었고 진주 옆에 있는 지역이라는 설명을 꼭 덧붙였다. 산청에 살면서 만나는 사람의 다수가 경남지역으로 좁혀지면서 다시 사람들은 묻는다. “산청에는 신호등이 몇 개 있냐고.” 이렇게 개발 논리로 지역을 평가한다.

    건축주를 처음 만날 때 꼭 내가 한 작업에 대해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특히 관공서에서는 의구심이 진하게 배어나오므로 어느 순간부터 포트폴리오를 통해 나를 소개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심지어 내가 속한 산청에서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의구심을 거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지역에서 건축한다는 것과 지역에 있는 건축이 다르지만 문화적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동일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있고 애정이 깃든 이 공간의 건축을 동일한 잣대에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쉬운 결과를 얻기 위해 정의로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쉽게 무임승차하는 건축은 지역의 건축을 병들게 한다. 당장의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그 과정 자체가 치열했으면 한다. 지역의 건축가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다짐한다.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사람인 송인욱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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