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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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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ON- 경남의 건축물 기행] 시대와 장소를 담은 ‘건축’…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보라

건축물 기행을 시작하며- 건축을 보는 시선

  • 기사입력 : 2023-06-29 20: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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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물엔 역사 속 시대정신과 사회적 패러다임 담겨
    원시부터 현대까지 시대마다 다양한 건축양식 나타나

    장소도 건축의 일부… 주변 환경과 장소의 맥락 반영
    지역문화와 장소, 재해석 통해 새롭게 창조되기도

    최근 공공도서관 분야서 경남건축 새로운 움직임 활발
    과거 도서관 기능 벗어나 주민 밀착 복합문화공간으로


    경남의 건축을 소개하는 첫 글이라 먼저 건축을 쉽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건축의 역사를 짧게 기술하고, 이에 따라 건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변화를 기술하여 시민들이 건축을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연다. 건축을 바라보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시대와 장소에 따라 시선의 차이가 분명하다. 건축은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물질로 만들어지지만 그 건축을 만들기 전 단계에서 당시 시대의 정신(topos)과 장소(site)의 이해를 담아야 한다.

    시대정신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는 인문학, 철학, 미학, 수학, 과학을 기반으로 그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패러다임(paradigm)이고, 역사속에서 그 시대의 시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원시건축은 인간자신을 자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래서 아마도 건축의 방어적 기능이 먼저 발달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인간들은 신에 대한 희망과 바람, 그리고 죽음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신에게 전달하기 위한 종교건축을 만들었다.

    고대시대는 왕이나 귀족을 위한 건축이 만들어지고 인문학, 철학, 음악, 미학, 수학과 오늘의 기초학문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중세시대는 로마네스크양식과 고딕양식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특히 고딕건축은 수직선을 디자인의 주요소로 사용하여 하늘을 지향하는 종교적 신념과 사상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면서 교회건축 양식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이는 당시의 시대정신이 종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건축은 산업혁명 후의 공업발달을 배경으로 과거 양식으로부터 분리, 공업재료, 공학기술 등을 활용하여 건축의 새로운 관점이 합리적 사고를 통해 국제양식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포스트모던, 레이트모던, 해체주의, 지역주의 등 다양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이러한 변화는 현대사회의 패러다임 변화가 건축에 투영된 결과다. 그 시대의 사회를 지탱하는 시대정신이 건축의 결과물로 표현되었다. 이와 같이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은 역사를 통해 반복되며 그 결과가 현재의 건축이거나 도시의 생태가 되었다.

    두 번째 중요한 관점은 장소(site)이다. 장소는 주변 환경을 읽어내는 물리적 환경이다. 이는 대지 주변과 건축의 관계가 단절이 아닌 건축의 일부로 바라보며, 장소의 맥락을 파악하여 건축에 반영한다. 한 예로, 경사지 대지를 평평하게 만들어 물리적 환경을 무시하거나 상실시키기보다는 경사지를 그대로 이용한 건축을 만들어 대지의 물리적 환경과 건축을 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장소는 지역적인 해석이 필요하며, 건축에서 문화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로서 지역문화가 지역의 재해석을 통해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출된다. 반대로 이러한 지역문화가 새로운 장소(Genius Loci)를 제공하고,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지역적으로 새롭게 창조하면서 지역전통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미를 갖는다. 경남의 건축을 바라보는 방법은 이러한 장소가 가지는 지역적 특성을 이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로 보면 최근 경남건축은 시대정신과 지역적 장소성을 담아내는 공공도서관 건축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기록의 역사이다. 도서관 혹은 책의 역사 또한 인류의 역사와 같이 시작되었다. 고대는 점토판 위에 문자를 새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다. BC 3000년경 이집트에서는 풀줄기 섬유로 만든 파피루스(papyrus)에 문자를 새겨 두루마리(volumen) 형태의 책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유래해 ‘책’을 의미하는 ‘paper’ 와 ‘권’을 의미하는 ‘volum’이 지금의 책의 어원이 되었다. 도서관의 시작은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지방 니푸르(Nippur)의 사원에서 3000년 전에 새겨진 설형문자의 점토판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집트 카르나크신전(Karnak, 7세기)에서는 ‘책의 집’을 뜻하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초기 도서관 건축의 기능은 정무와 제사를 지내기 위한 기록보존소의 성격이 강했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으로 당시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단순히 도서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 이상으로, 당대를 주름잡던 각종 학문의 학자들을 모아 연구하는 일종의 학문의 전당에 가까웠다. 물론 책의 가치가 엄청났던 당시 치고는 개방적이었다지만 책을 열람했던 사람은 도서관 소속 학자들과 귀족들뿐이었다. 중세의 도서관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서적을 소장하거나 필사본을 만들어 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였다. 근대는 인쇄술의 발달로 도서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공공도서관이 나타났다.

    플랫폼(platform)개념을 적용한 창원도서관. 벽과 문으로 구역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의 한계는 실내와 실외를 구분할 뿐 내부 공간에서의 구분은 없다./하동열 건축사/
    플랫폼(platform)개념을 적용한 창원도서관. 벽과 문으로 구역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의 한계는 실내와 실외를 구분할 뿐 내부 공간에서의 구분은 없다./하동열 건축사/
    창원도서관 내부.
    창원도서관 내부.

    최근 우리 지역에 문을 연 최윤덕도서관, 창원도서관, 지혜의 바다 도서관, 경남 대표 도서관 등은 도서관의 과거 개념에서 벗어나 현재의 도서관을 재해석하고 지역의 주민과 밀착된 새로운 도서관의 개념을 적용한다. 도서관이 서가와 열람 중심의 장소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노이즈 박스(noise box), 플랫폼(platform)과 같은 개념이 적용되어 정보교류, 문화공연, 교육, 커뮤니티, 벼룩시장 등의 기능을 소화하는 지역 주민의 소통 장소로 변화했다.

    여러 새로운 도서관 중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설계한 창원도서관을 소개할까 한다. 창원도서관은 플랫폼(platform) 개념을 적용한 장소로서 공간이다. 벽과 문으로 구역된 기존 도서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공간의 한계는 실내와 실외를 구분할 뿐 내부 공간에서의 구분은 없다. 그래서 내부의 전경이 한 시야에 들어와 마치 책을 맞이하는 플랫폼과 같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피아노연주회, 마술공연, 북토크쇼도 열린다. 다소 소음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책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를 도서관을 통해 지역주민에게 전달된다면 도서관의 기능을 다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근에는 인쇄자료 뿐만 아니라 DVD, CD자료와 IOT, 가상현실(VR), 메타버스와 같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책을 읽고 열람하는 공간과는 달리 복합문화공간으로 점점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의 사례는 보다 진보하여 도서관과 운동시설, 쇼핑센터, 수영장, 영화관 등과 복합시설로 연계되는 모습을 보인다. 현재는 도서관이 도시의 거실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건축을 물질로서가 아닌 장소와 시대정신으로 바라보면 경남에도 보석 같은 건축이 아주 다양하게 있다. 이런 시선이 우리의 건축문화를 성장시키고 지역의 고유문화를 재생산하는 거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경남지역의 건축사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주말에 발로 찾아가는 즐거운 건축여행이 되길 기대한다.

    건축사사무소 시토 하동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시토 하동열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시토 하동열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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