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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세상이 수국처럼 환하기를-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 기사입력 : 2023-06-21 19: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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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에 피는 꽃들을 피는 순서부터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치자꽃, 수국, 능소화, 나팔꽃, 도라지꽃, 봉숭아, 분꽃, 채송화, 해바라기 등이 있다. 이처럼 봄꽃 못지않게 많이 피는 여름꽃 중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수국과 도라지꽃이다. 수국은 6~7월경에 피며 보통 초록색에서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핀다. 산성, 알칼리성, 약알칼리성의 토질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운다. 꽃말은 냉정, 무정, 거만을 상징하며 열매는 잘 맺지 않는다. 원산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중국 또는 일본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품종이 만들어져 있다. 심심산천에 피는 도라지꽃은 7~8월에 흰색 또는 보라색으로 핀다. 요즘은 농가에서나 도시 텃밭에서 많이 재배하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뿌리는 나물과 생채와 튀김 등으로 밥상에 오르기도 하고 기관지를 다스리는 약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필자는 신비주의적 사고와 이상을 꿈꾸는 편이어서, 색깔도 원색보다는 청색에 더 가까운 청보라색을 좋아한다. 신비주의적 사고와 이상은 시(詩)를 창작하기에 아주 적합한 세계이자 공간이다. 학창시절 버스를 타고 등교하였는데, 버스에서 내려 청보라색 옷을 입은 여학생에게 슬쩍 말을 건 적도 있다. 청보라색 계통의 색깔을 대하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소용돌이치곤 한다. 청보랏빛에 가까운 수국과 도라지꽃은 필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하거나 한없이 들뜨게 하는 꽃이다. 수국은 나비 모양과 부처머리 모양 등 다양한 형태와 함께 풍성한 웃음을 매달고 있어, 수국 축제가 펼쳐지는 곳이면 많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저마다 수국을 닮은 웃음을 흘리며 인증사진으로 추억을 저장한다. 수국은 꽃말과 달리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온갖 시름을 한 방에 날려버리게 한다. 나쁜 말보다 환하고 좋은 말만 듣고 세상을 환하게 밝히며 살아가라는 듯 방실방실 웃으면서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꽃이다.

    수국처럼 웃음이 환한 세상에서는 폭력과 범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과 범죄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정말로 맑고 밝아서 향기로울 것이다. 맑고 밝은 향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맑고 밝은 향기는 우리 영혼의 수장고에 저장된 좋은 생각을 따뜻하게 여는 것이며, 세상의 온갖 먼지와 찌꺼기를 다 걸러낸 곳에서 자연스럽게 온다. 세상의 먼지와 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혼에 강력한 필터를 장착해야 할 것이다. 화(火)가 치밀어 오를 때는 그 화(火)를 수(水)라는 필터로 한 바퀴 정화해 세상에 내보내면 화(花)가 된다. 거친 불이 순한 물을 만나 활짝 웃는 꽃이 되듯, 우리가 세상을 꽃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가꾼다면, 세상은 우리에게 그윽한 향기로 다가와서 더욱 부드러워질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곁을 내주고, 즐거운 마음으로 소통한다면 모든 희망은 현실이 될 것이다.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은 나라님이나 정치인에게 하지만 해답은 우리 국민에게 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수장은 건강한 기획력과 통솔력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국민은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좋은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수장이 올바른 기획력과 통솔력이 없다면 국가의 뿌리는 썩어 들어갈 것이다. 이미 폭삭 썩어버린 뿌리에 제 아무리 좋은 밑거름을 한다 한들 힘없이 쓰러진다. 독선과 불통으로 가득찬 기획과 통솔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기획자를 통째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항상 삐거덕거리는 사회에서 아우성치며 무미건조한 시간으로 국가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올여름이 유난히 더울 것이라는 일기예보만큼이나 유월의 기온이 예사롭지 않다. 아무쪼록 불볕더위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수국처럼 세상이 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성구((사)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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