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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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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예술로 아름다운 우리 도시- 이상헌((사)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장)

  • 기사입력 : 2023-06-14 19: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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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 도시 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떠오른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에 의해 탄생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공원, 카사 밀라 등이 거리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마치 도시 전체가 미술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우디의 철학과 시대의식이 담긴 특유의 자연친화적인 디자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가며 바르셀로나를 예술의 숨결이 흐르는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다. 관광수익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크지만 예술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만족도와 자긍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제 예술은 경제적 이익과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는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도 직결되어 도시 발전을 위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려면 이러한 예술의 가치와 필요를 인정하고, 과감히 예술에 투자하고 일상에서 시민들이 예술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토대를 조성해야 예술은 도시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도시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르기에 예술의 도시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경남의 도시들도 예술을 도시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으며 지역의 특색을 활용하여 고유의 결을 쌓아가고 있다. 통영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박경리, 전혁림 등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풍부한 문화유산을 활용하여 도시 곳곳에 미술관이나 문학관, 벽화거리 등을 조성하고 수준 높은 문화축제들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통영을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예술도시로 브랜딩하였다. 밀양은 시민과 예술가들이 협력하여 쇠퇴한 원도심에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플랫폼을 조성하여 지역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으면서 다시금 활력을 되찾았고 유의미한 성과들을 거두며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사실 예술의 도시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우리는 도시의 일상에서 길을 걸으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큰 빌딩 앞에 예외 없이 조형물이나 벽화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예술을 진흥하고 향유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 건축물에는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제정하였기 때문이다. 작품마다 작가의 고유한 미학과 주제의식이 담겨있으니 한 번쯤은 길을 멈춰 작품을 감상하며 사유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이처럼 도시 곳곳에 세워진 미술작품들은 딱딱한 빌딩들로 인해 황폐해질 수 있는 도시의 풍경을 부드럽게 완화시키며 시민들에게 작은 휴식처가 되어준다. 앞으로 예술은 영역을 확장하며 도시의 일상에 더욱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최근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길거리에서 흔히 보이는 공공 시설물들의 디자인조차 도시의 아름다움을 반영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안내게시판이나 벤치, 버스정류장, 공중화장실, 보도블록, 차량 진입로 심지어 맨홀 뚜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흐름에 각 지자체에서도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지역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되 심미성과 실용성을 갖춘 공공디자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예술의 도시를 추구하는 또 하나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도시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거기에 우리의 삶이 묻어 난다면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초록 기운으로 반짝이는 초여름, 잠깐이라도 거리를 걸어보자. 도시의 평범한 일상에서도 거리를 걸으며 예술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내가 원하는 예술의 도시를 상상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예술의 도시는 언제나 열려 있고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이상헌((사)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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