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30일 (화)
전체메뉴

[촉석루] 삶은 전방주시다- 주영철(휴비코비즈니스코칭 대표코치)

  • 기사입력 : 2023-05-07 19:24:43
  •   

  • “고속도로에 진입하였습니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로 새벽안개 두른 고속도로로 올라섰다. 자가운전으로 출장길에 오른 봄날 아침, 달릴수록 새벽은 잠에서 깨어났다. 빼꼼히 내린 차창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공기는 신선했다. 폐에 새날 풋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듯 상쾌했다. 도롯가엔 하얀 꽃송이 가로수 이팝나무가 하얗게 만개해 있고, 먼 산 아카시아꽃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달리는 백미러엔 어느새 여명이 불그스레 안개를 걷어내는 장면이 장관이었다. 하마터면 백미러에 비친 황홀한 여명의 눈동자와 윙크하느라 전방을 놓칠 뻔한 아침이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도로를 달리고 있다. 백미러는 제아무리 아름다운 풍광인들 지나간 것들을 비출 뿐,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에 깨어있어야 한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소설 ‘모모’에서 그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호라 박사는 주인공 소녀 모모에게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냈다. “세 형제가 한집에 살고 있고, 그들은 다르게 생겼어. 첫째는 없어. 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참이야. 둘째도 없어. 벌써 집을 나갔지. 셋째만이 있어. 셋째가 없으면 다른 두 형제도 있을 수 없어. 하지만 문제는 셋째는 정작 첫째가 둘째로 변해야만 있을 수 있어. 셋째를 보려고 하면 다른 두 형 중의 하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지! 말해 보렴. 세 형제는 하나일까? 아니면 둘일까? 아니면 아무도 없는 것일까?” 모모는 고심 끝에 큰 소리로 답을 맞혔다. 정답은 순서대로 ‘미래’, ‘과거’, ‘현재’다. 누구나 자기 시간의 왕국에 살고 있다. 따라서, 과거나 미래를 왔다 갔다 하느라 현재를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 그것이 모모가 풀어낸 ‘현재가 없다면 다른 둘은 있을 수 없다’는 말에 강렬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삶은 전방주시다. 매 순간 전방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백미러엔 잠깐잠깐 머물다 빨리 돌아와야 한다. 후방은 살짝살짝 보아야 아름답다. 삶의 비결은 이 순간을 다루는 방식에 있음을 믿는다. 봄꽃 장막 거두며 신록을 펼쳐내는 오월 햇살 받으며, 부디 백미러를 보며 앞을 달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주영철(휴비코비즈니스코칭 대표코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