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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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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뻔한 창원이 아닌 FUN한 창원- 챨리 윤(창원문화기획단 뻔한창원 대표)

  • 기사입력 : 2023-05-01 19: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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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때 내게 창원은 넓고 재미있는 도시였다. 시험을 치면 친구들과 마산 창동에 모여 보드게임을 했고, 합성동 지하상가에서 쇼핑을 즐겼다. 소풍으로 용지호수라도 가는 날이면 꼭 상남동에 들러 당시의 신진 문물을 즐겼더랬다. 그러다 학업으로 20대의 대부분을 타지에서 살았다.

    8년 만에 창원으로 돌아오니 학창시절 추억이 가득했던 곳은 쇠락해 있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남동도 타 도시와 비교하면 술자리 말고는 즐길거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도시에 살 때는 달랐다. 주말이면 전시를 보러 다녔고, 유명한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도 즐겨봤다. 밴드의 라이브나 DJ의 음악에 맞춰 밤새 춤을 추기도 했다. 거리를 걸으면 쉬이 버스킹을 들을 수 있었고, 주말이면 독서, 달리기, 칵테일, 목공예 등 내 취향에 맞는 모임이나 원데이클래스를 골라 다닐 수 있었다.

    ‘없으면 내가 만들자’는 마음으로 문화기획자가 됐다. 자연스레 지역의 예술가와 문화 관련 종사자와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때로는 스스로, 때로는 타의로 지역의 문화예술 거리를 찾았다. 그렇게 3년을 보낸 지금, 어느 순간 창원이 재밌어졌다. 창원에 즐길거리가 많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예로 창원 상남동에는 창원의 공연 문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라이브공연장 ‘피드백’이 있다. ‘창원시민뮤지컬단’은 창원의 뮤지컬 문화 확산을 위해, ‘독감경보’와 ‘공간 마지막’은 영화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화이트래빗’과 같은 동네 독립서점에서는 작가와의 토크나 독서모임이 자주 열렸다. 심지어 ‘아웃도어스시클럽’과 같이 스케이트, 그라피티 등 스트리트 문화를 만들거나 ‘스페이스하비’처럼 지역만의 축제를 만드는 팀도 생겼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는 도시에도 적용된다. 자세히 오래 보면 어떤 도시든 재밌어진다. 짧은 지면을 굳이 할애하며 저들을 나열한 이유다. 지역을 재미있게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자세히 오래 봐주는 일이야말로 지역이 재밌어지는 시작점 아닐까?

    챨리 윤(창원문화기획단 뻔한창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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