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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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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수박 이야기- 김준간(전 함안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4-24 19: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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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 수박이 본격적으로 생산된다고 한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여름철 대표 과일로 수박을 꼽았으나 지금은 사시사철 수박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게 수박을 언제 먹을 수 있는 과일이냐고 물었더니 “겨울에 먹을 수 있던데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시설재배와 영농기술이 발달하면서 농산물의 계절 구분이 어려워지고, 수박이 생산되는 지역들도 전국적이다. 부여, 진천, 음성, 예산, 정읍, 의령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수박 주산지인 함안은 200년 이상 유구한 재배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형적으로 동서가 길게 펼쳐져 일조량이 풍부하고 남강과 낙동강이 합류하는 지역의 기름진 충적 평야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난한 기후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력에 힘입어 치밀한 육질을 가진 아삭한 식감과 비타민 A가 풍부하고 당도가 탁월한 고품질 수박이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2기작으로 생산된다. 수박을 지역특화 작목으로 육성하여 일본 수출, 컬러 수박 재배 성공, 생산지 보호와 품질관리를 위해 2007년 지리적표시제를 등록하는 노력으로 2015년부터 2년 연속 농식품 파워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수박은 추억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과일이다. 지금은 초음파 선별로 품질을 보장하지만, 수박을 고를 때 잘 익었는지를 확인하려고 손가락을 구부려서 두드려 청명한 소리가 울리는 것을 선택했다. 집에 가서 쪼개보고 칼을 대자마자 쩍 소리와 함께 갈라지며 붉은 속살을 드러낼 때면 성공했다는 뿌듯함에 행복감을 느꼈던 추억이 있다.

    얼마 전 모 정당에서 당내 반대파들을 수박에 비유하면서 수박을 박살 내는 퍼포먼스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지역 특산물로 어렵게 육성하여 농민의 소득 증대를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농민이 제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공들여 생산한 농산물을 정적에 비유하며 조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가 치미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수박은 농민이 정성 들여 생산한 농산물이다. 정치적 혐오를 상징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참에 잘 익은 수박 한 통 사 들고 시원함과 달콤함을 맛보며 가족끼리 농민들의 수고로움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준간(전 함안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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