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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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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지피지기, 빌라왕 되어보기- 신현목(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4-23 19: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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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라왕, 적을 알아보자. 주변 시세를 알기 어려운 곳을 찾자. 빌라가 좋겠다. 등기부등본을 안 챙겨왔는데 문제없는 집이라고 하자. 계약한 날 임차인 모르게 근저당권을 설정하자. 이렇게 말하자. 집주인에게서 모든 권한을 받았다. 집주인이 여행을 가서 연락이 안 되는데 맞다니까.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쓰자고? 다른 임차인을 찾아보겠다.

    이상적인 임차인을 알아보자.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기본이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나 인근 중개업소를 통해서도 주변 시세를 보자.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을 보고 불법 건축물인지, 선순위 권리가 있는지 확인하자. 임대인을 통해서 전입세대 내역, 납세 증명서를 받아보자. 공인중개사, 대리인의 자격도 확인하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해 보자. 전입신고 다음날에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자. 이사를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자.

    전세사기 사태 속 우리를 알아보자. 공인중개사까지 가담한 조직적인 전세사기를 임차인이 쉽게 피할 수 있었을까. 인천 건축왕이 임차인이 되려는 사회 초년생의 요청을 순순히 들어주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의 판시처럼, 소액임차인 우선변제권은 영세임차인이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임차주택에서 쫓겨 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권리이다. 하지만 담보권자의 이익이나 악용의 우려를 이유로 소액임차인 우선변제권은 전세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그나마 개정된 법은 경과규정으로 인해 피해 임차인에게 정작 적용되지 못한다.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너무 어렵다. 소액임차인 우선변제권이 극한의 상황에 처한 임차인에게 삶을 놓지 않게 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

    전세보증금은 대다수 서민들에게 전 재산이자 삶의 기반이 된다. 전세사기는 이를 무너뜨리고 임차인에게 회복 불가능한 막대한 재산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다. 여러 피해 임차인의 일을 도운 적이 있지만, 창원에서도 이미 대규모의 전세사기 사건이 있었다. 빌라왕, 빌라의 신, 건축왕은 남의 일이 아니다. 적은 가까이에 와 있다.

    신현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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