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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손톱깎이 공유 NO! C형 간염 예방

이주용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 기사입력 : 2023-03-13 08: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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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주 용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C형 간염이 폭발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혈관 주사와 수혈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20세기 중반부터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발견 역시 ‘수혈 후 발생하는 간염에 대한 연구’를 통해 1989년 정체가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5~2016년 서울과 원주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사태로 집중 조명을 받기도 했다.

    C형 간염은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되는 질환은 아니다. 대부분의 감염이 혈액을 통해 이뤄지는데,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혈액이 접촉자의 체내 혈액에 직접적으로 닿게 되는 상황에서 감염되기 때문이다. 오염된 주삿바늘, 손톱깎이, 면도기, 칫솔, 문신이나 피어싱, 침술 등 피부를 뚫는 모든 행위 등에 의해 전염될 수 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70%에서 무증상, 20%에서 황달이 발생하게 된다. 급성 감염의 15~45%가 자연회복 되지만 많은 환자에서 6개월 이상 간염이 지속되는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만성 C형 간염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간 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상당수가 무증상으로 지내다가 60대에 우연히 간경변증을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 없이 지내다 70대에 간암에 이르게 된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처럼 예방 백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감염 자체를 초기부터 막을 수는 없지만 진행이 느리기 때문에 일찍 발견되기만 한다면 간경변증, 간암으로의 진행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50대에 간경변증, 60대에 간암이 가장 많이 발생되는 만성 B형 간염과 다르게 만성 C형 간염은 60대에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며, 70대에 비로소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B형 간염의 경우 30, 40대에 간경변증 단계 없이 진행된 간암으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지만 C형 간염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없다.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세포의 DNA에 자신의 유전정보를 침투시키는 반면,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세포의 DNA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세포질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바이러스의 특성 차이는 두 질환의 진행 속도뿐만 아니라 치료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환자의 간세포 내에 유전정보를 숨기는 B형 간염의 경우 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낮은 개수의 바이러스를 유지하게 할 수는 있으나 완전 박멸 단계까지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완전 박멸이 가능하며, 박멸을 치료의 기준으로 삼는다.

    C형 간염은 B형 간염과 달리 매우 느린 진행 과정을 밟게 되며, 조기에 발견만 된다면 90~100%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선진국에서는 유병률과 상관없이 C형 간염 국가검진을 도입하는 추세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유병률과 비용 효과성의 근거 불충분으로 아직 C형 간염이 검진항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C형 간염 조기 발견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주용 (창원파티마병원 소화기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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