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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형 청각기기] Ear주다

세계 인구 중 15억명 난청… 고령사회 시대적 과제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 미쳐 적극적 청각 재활 필요
기존 보청기 되울림·알레르기 등 단점 보완·개선

  • 기사입력 : 2022-12-12 08: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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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2021년 보고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15억명이 난청을 앓고 있으며, 이 중 4억3000만명이 중증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어 적극적인 청각 재활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전 세계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로, 인구 증가와 고령화의 영향으로 2050년에는 약 7억명 정도가 청각 재활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난청은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 보니 적극적인 청각 재활을 통해 난청을 극복하는 것이 고령 사회의 시대적 과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각 재활의 여러 가지 방법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보청기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청기가 필요한 환자 중 실제로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의 비율은 평균 약 20% 정도이며, 보청기를 통한 청각 재활의 대상일지라도 실제 보청기를 사용하기까지 최대 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가 난청 수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가 난청 수술을 하고 있다./삼성창원병원/

    이처럼 보청기의 보급률이 높지 않은 데에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미용, 가격 측면의 문제들도 있지만,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완벽하게 청력이 보상되지 않는 난청의 형태, 보청기의 폐쇄 효과나 되울림, 과민증이나 알레르기, 중이염, 외이도염 등의 염증성 질환, 무이증이나 소이증과 같은 선천성 기형 등도 보청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하고, 청각 재활에 대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이식형 청각 기기들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식형 청각 기기들은 귀의 입구에서 고막까지를 이르는 외이도를 우회하여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기존의 보청기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사용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식형 청각기기란 말 그대로 체내에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이식되는 청각 보조 장치나 시스템 전체를 일컫는다. 이식형 청각기기 및 시스템의 기능적인 원리는 어음처리기(외부장치)를 통해 들어온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 다음, 이를 직접적으로 와우(달팽이관)나 뇌간(뇌와 척수를 이어주는 줄기 역할을 하는 부위)에 전기 자극의 형태로 주파수 특이성에 맞게 전달하거나, 전기 신호를 미세 기계식 진동으로 변환하여 내이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소리를 전기적으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에는 △인공와우 이식 △청성 뇌간 이식이 있으며, 진동의 형태로 전달하는 것에는 △중이 이식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가 있다.

    중이 이식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룬 이식형 청각기기 중 하나이다. 그동안 소형화, 디지털화, 소리 전달 방식의 다양화 등을 통해 기존 보청기의 단점을 상당히 개선했다. 중이 이식기는 기본적으로 마이크로폰으로 소리를 받고, 이후 음향처리기, 배터리, 수신기의 신호 처리 과정을 거쳐 이소골(고막의 진동을 와우로 전달해주는 세 개의 작은 뼈)에 부착된 진동 변환 장치를 통해 중이(고막과 달팽이관 사이 공간)로 소리를 전달하는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중이 이식 장치는 외이도를 막지 않아 폐쇄 효과와 되울림이 없으며, 소리 왜곡이 적고 주파수 응답 특성이 우수하여 원음을 와우에 직접 전달할 수 있다. 고도 이상의 난청 환자에게도 중이 이식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감각 신경성 난청(와우의 청각세포에서부터 뇌의 청각을 담당하는 부위까지의 신경에 이상이 생겨 청력이 저하되는 현상) 환자는 물론 혼합성 난청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

    골전도(소리의 진동을 두개골의 뼈를 통해 달팽이관으로 전달하는 형태)를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는 주로 전음성 난청(외이, 고막, 중이 등 소리를 전달해주는 기관의 장애로 인하여 음파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로 발생하는 난청) 환자나 일부 혼합성 난청(감각 신경성 난청과 전음성 난청이 혼합된 형태) 환자, 한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일측 전농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이식형 골전도 보청기는 소리 에너지가 두개골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최대 약 60~70dB의 소리를 전달시킬 수 있으며, 중이 이식기와 비교해 수술이 상대적으로 쉽고 합병증이 적다. 또한, 귀 뒤의 측두골에 부착하기 때문에, 외이 또는 중이에 감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기존의 보청기를 사용할 수 없었던 환자나 선천적으로 귀기형이 있는 난청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인공와우는 기존의 보청기로도 청각 재활이 힘든 고도 이상의 감각 신경성 난청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다. 인공와우는 환자의 와우 내로 전극을 삽입하고 어음처리기를 통해 입력된 소리를 전기 자극 패턴으로 변환한다. 이후 와우의 나선신경절 세포나 말초 청각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여 대뇌의 청각 중추에서 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이다. 인공와우는 인체의 감각 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신경 보철물의 첫 번째 예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만명 이상의 난청 인구가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았다.

    청성 뇌간 이식은 청신경을 거치지 않고 뇌간에 있는 와우핵을 전기적으로 직접 자극하는 수술이다. 청성 뇌간 이식은 청신경이 손상되었거나 인공와우 이식술로도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 유일한 해결책이 되고 있다. 그러나 뇌간의 해부학적인 복잡함과 의료진의 높은 숙련도 및 임상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는 “기존 보청기의 사용이 적합하지 않거나 많은 불편함을 느꼈던 환자들에게 이식형 청각 보조 장치의 사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체내에 이식되는 장치인 만큼 머리의 외상을 조심해야 하며, 이식된 청각기기의 종류에 따라 전류를 발생시키는 의료 행위는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x-ray나 CT 촬영은 가능하지만, 자기장을 사용하는 MRI에는 사용의 제한이 있으므로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이비인후과 서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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