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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생각의자-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 기사입력 : 2022-11-01 19: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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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를 처음 키울 때 걱정이 많았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어떻게 하면 아이를 제대로 잘 키우지’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내 인생 숙제였던 아이 키우기는 마을도서관 프로그램인 부모교육을 들으며 부모로서의 말과 행동을 고민하기도 하고, 다른 엄마들이 가르쳐준 다양한 양육 정보를 취득하기도 하면서 하나하나 배워갔다.

    그중 하나가 집안 한켠의 ‘생각의자’다. 내가 자랄 때만 해도 아이가 잘못하면 부모는 체벌하고, 사회적 분위기는 이를 당연시했다. 하지만 체벌은 훈육이 아닌 가정폭력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체벌 대신 ‘생각의자’에 앉아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지 못한다면 그 잘못은 끝이 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지금 하는 일의 특성상 법원 가는 일이 종종 있다. 지난주에는 두 건의 선고 판결이 있었다.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었는데, 각각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한 사건의 경우, 구형 7년을 줄만큼 중범죄였음에도 합의가 중요 변수로 작동된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상이 합의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기도 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피고인은 집행유예를 받고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하기는 할까. 피해자와 합의했으니 그만 됐다고, 마치 없었던 일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했다.

    최근 촉법소년의 연령을 현 만14세에서 만13세로 내려야 한다는 정부안이 발표되었다. 청소년의 범죄행위가 잔혹해지고, ‘우리는 나쁜 짓을 해도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아’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기에 사회전반에 촉법소년의 연령 하한은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이러한 문제를 온전히 해결할 수 있을까.

    집행유예를 받는 피고인이든, 촉법소년이든지 간에 스스로의 행위를 되짚어 생각하고 이를 반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현행법 체계에 덧붙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김유순(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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