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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우포늪의 세 어른-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1-11-29 20: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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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늪으로 가시연꽃과 따오기가 사는 곳이다. 한때 세간의 외면으로 파괴와 매립 위기에 처했지만 1998년 이후 람사르 습지, 습지보호지역,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지금은 귀중한 생태자원으로 보호받고 있다. 오늘의 우포늪이 있기까지 늪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지켜낸 세 어른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선생님이다. 교사로서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1991년 낙동강 페놀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필자는 스무 해쯤 전 한여름에 선생님의 안내로 우포늪을 처음 찾았다. 매미울음 가득한 버드나무 아래 빗물에 잠긴 길을 맨발로 걸었는데 지금도 그 감동을 잊지 못한다. 2008년 람사르총회 경남 개최도, 우포늪 따오기 복원도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당시 그가 열어젖힌 환경교육은 많은 후배 교원들이 뒤를 잇고 있다.

    둘째, 사진으로 우포늪을 알리는 정봉채 선생님이다. 젊은 시절에 교직을 떠나 온갖 고생 끝에 세계적 사진가가 되었다. 2008년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가로 선정되고 국내외 초대작가로서 늘 바쁜 분이다. 우포늪 인근에 살면서 최근에는 갤러리도 열었다. 선생님의 작품 가운데 수백 마리의 백로가 보름달 빛을 받으며 가시연에 앉은 사진이 있는데, 필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선생님의 사진은 예술가의 눈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우포늪으로 이 생명의 보고를 보전해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셋째, 환경감시원 주영학 선생님이다. 낮은 보수에 불법낚시 감시나 생태계 교란종 퇴치 일을 하지만, 우포늪에서는 연예인급으로 유명하다. 겨울 철새인 고니나 노랑부리저어새가 어디에 몇 마리 와 있는지 가장 잘 아는 분이기도 하다. 작년에 귀한 황새 4마리가 늪을 찾았을 때 자신이 찍은 사진이라며 자랑스레 건넸다. 자연을 지키는 데는 이론 전문가 못지않게 현장의 경험적 지식도 중요하다.

    물론 우포늪 보전이 이 세 분만의 공로는 아니다. 공무원이나 주민들의 수고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스무 해 이상 우포늪을 알리고 보전에 앞장선 세 분께는 따뜻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권상철(경남교육청 우포생태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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