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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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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대선과 위드 코로나에 던진 ‘오징어 게임’ 메시지-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간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11-10 20: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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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부터 불기 시작한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때 세계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했던 오징어 게임이 지난 11월 8일 넷플릭스 드라마 부문 전체 1위 자리를 내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만 인도, 일본 등 10여 개국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초·중·고 아이들도 19금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을 어디서 보았는지 드라마 속 대사를 따라하는가 하면 집에서 ‘달고나’를 만들고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는 등 어른들의 옛 추억 놀이가 현재로 소환된 모양새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했던 초록색 체육복, 빨간색 근무자 복장 등 굿즈가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인들의 추억이 담긴 달고나가 수출길에 오르며, 세계 곳곳에서 한국놀이 체험 행사가 열리는 등 전 세계 영화상을 휩쓸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잇는 대박 상품이 되었다. 중국, 일본에서도 드라마에 등장한 체육복이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게임의 원조가 자신들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오징어 게임의 성공이 꽤나 배가 아픈 모양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수익의 상당 부분을 넷플릭스가 가져간다는 것이 다소 씁쓸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한 긍정적 신드롬임에 틀림없다.

    K-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은 것은 드라마 속에 담긴 부의 불평등 문제와 함께 타인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인생의 힘든 관문들을 통과해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투영한 점이 문화와 언어 장벽을 뛰어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어야 하는 대학 진학을 필두로 수백 대 일의 좁은 취업문과 회사 내 성과 겨루기, ‘영끌’을 통한 내 집 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인생의 관문들이 젊은 세대들을 짓누르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 주인공인 청년들은 특히 부모의 지위, 재산, 인맥 등에 따라 인생의 출발선부터 다른 불공정, 편법, 비상식에 분노하며 좌절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러한 ‘공정, 상식’의 화두를 어느 당과 후보가 선점 하고, 각 세대, 성별, 계층의 마음을 읽어 공감하며 정책 비전을 제시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 게임 속 내용이 목숨을 내걸고 타인과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비정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지만, 감독이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신뢰, 희망, 애정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가 위험을 무릅쓰고 성기훈을 붙잡아 살리는 모습, 주인공인 기훈이 노인 오일남과 연약해 보이는 여자인 강새벽을 배려해 팀에 합류시킨 것, 구슬치기에서 지영이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고 새벽에게 삶을 양보한 장면 등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라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빈부, 세대, 젠더, 노사 갈등이 때때로 극단적으로 표출되곤 한다. 정치권도 갈등 조정자보다는 갈등 유발자가 된 지 오래고, 이념과 이해 득실에 따른 편 가르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대선 정국 속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달부터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 회복’ 이라는 이름으로 조심스럽게 코로나에서 벗어나려는 발걸음을 떼었다.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영업자, 실업자 등 사회 취약계층이 크게 늘었을 것이다. 이들을 우리 사회 낙오자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이 집단 지성과 배려심을 발휘해 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대선 분위기에 편승한 소모적인 정쟁과 비방전보다는 불평등한 사회 시스템을 정비하고 일자리, 민생을 살피는 공약과 정책을 제시하는 당과 후보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며 호응할 것이다. 평생 재미와 즐거움만 추구하며 죽기 직전까지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돈은 넘치지만 영혼은 가난했던, ‘이러다 다 죽어’라고 외치던 오일남의 모습에서 교훈을 얻어 이타심, 배려심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우리 대한민국, 경남도민들이 되길 희망한다.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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