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0일 (금)
전체메뉴

[동서남북] 풍년의 저주- 강진태(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5-11-06 07:00:00
  •   
  • 메인이미지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금수강산으로 풍년이 왔네/지화 좋다 얼씨구나 좀도 좋구나(중략)/명년 하사월에 관등놀이 가자.”

    풍년가의 일부다. 경기도 민요 중의 하나로 본디 길타령으로부터 비롯됐으나 1900년대 들어 풍년을 노래하는 가사로 바뀌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최근 국내 벼농사가 3년 연속 풍년을 기록하고 있는데, 농민들의 가슴은 저주를 맞은 흉년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했다지만, 그래도 왜 풍년을 즐기기는커녕 한쪽에선 한숨이 나오는지….

    경남도의 경우 올해 쌀 수확량을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38만2951t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실제 농가들은 이보다 수확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벼 재배면적은 줄고 있지만, 농사기법의 획기적인 발전, 계속적인 우량품종 개발 등으로 수확량은 줄지 않는다. 그런데 쌀 소비량은 오히려 크게 줄어들고 있다. 1980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35.6㎏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 65.1㎏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벼 재배면적도 경남의 경우 지난 2005년 9만1615㏊에서 올해는 7만3934㏊로 1만7681㏊(19.2%)가 줄었지만 쌀 생산량은 43만4149t에서 38만2951t으로 5만1198t(11.7%)이 줄어 면적대비 수확량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단위당(10α) 생산량이 당시 475㎏에서 518㎏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수매량은 제자리걸음으로 농민들이 울상이다. 지난해 17만원대를 유지하던 80㎏ 기준 쌀값이 현재 15만원대로 크게 떨어지면서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걱정이 태산이다. 연간 국내 쌀 소비량을 440만t으로 보고 적정 신곡생산량을 400만t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난해 전국에서 424만t의 쌀이 생산됐다. 결국 초과 생산량을 시장에서 격리하기 위해 24만t을 추가 매입했다. 이렇게 쌓인 쌀은 지난해까지 모두 132만여t으로, 이미 적정 재고 수준인 80만t을 훌쩍 넘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추가물량 등을 고려하면 적정 재고 수준의 두 배인 160만t에 근접해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농민들은 추곡수매제 폐지 등 정부의 20여년간의 개방정책으로 15년 전인 2000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풍년으로 쌀이 남아 돈다고 하면서도 정부가 계속 쌀을 수입하는 정책을 펴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인 정책변화와 함께 계속 줄어드는 쌀 소비패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들의 요구다.

    양쪽 주장 모두에 틀린 것이 없어 풀어내기 힘든 문제다. 하지만 민족의 주식인 쌀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농민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슬기로운 방법으로 풍년의 저주를 풀어야 한다.

    강진태 (사회2부 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