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0일 (금)
전체메뉴

[동서남북] 거창군청 앞 광장- 서영훈(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10-26 07:00:00
  •   
  • 메인이미지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많은 광장을 보게 된다. 광장을 가운데 놓고 흔히 시청사나 교회,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그곳 시민들은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광장 한가운데의 분수대나 동상 주변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여유를 즐긴다.

    관광객들도 광장으로 모여든다. 많은 볼거리가 이런 곳에 있기 때문이지만, 현지인 따라 하기도 꽤 쏠쏠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유럽의 광장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유래하며 유럽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갔다. 광장은 정치와 종교와 상업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휴식장소로도 사랑을 받았다. 유럽의 역사는 광장과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의 도시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가 무척 힘들다. 중국 톈안먼광장이 거의 유일할 듯하다. 명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좁은 광장이었던 톈안먼광장은 몇 차례의 확장을 거쳐 지금은 100만명이 모일 수 있는 거대한 광장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광화문광장은 근래에 만들어지긴 했어도, 역할은 유럽의 광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인구 7만명에 못 미치는 작은 농촌도시 거창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이곳에도 광장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군청앞광장이다. 군청과 거창로터리 사이의 100㎡도 되지 않는 공간을 주민은 이렇게 부른다.

    군청앞광장은 주민들의 집회 장소로 자주 이용됐다. 지역의 일이든, 전국적인 사안이든, 주민들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곳으로 모였다.

    거창구치소 설치 장소 이전을 요구하는 시위도 있었지만, 이웃돕기 의류 바자나 김장 직거래장터도 열렸다. 꼭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슈만 다뤄진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곳에 올해 초부터 대형화분 수십 개가 들어서면서, 여태까지 열려 오던 집회나 각종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관리기관인 군이 화분 설치로 장소가 협소하고 또 공유재산 관리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로, 광장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광장 사용 불허 이유로 협소한 장소를 든 것은 옹색해 보인다. 화분을 갖다 놓은 의도를 의심케 할 뿐이다. 군은 청사 및 시가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화분을 설치했다고 하지만, 이를 곧이 알아들을 주민은 많지 않을 듯하다. 청사 정문 주위에 수많은 화분을 갖다 놓은 경남도와 창원시를 따라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 사회는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또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들의 목소리를 국정이나 도정, 군정에 반영해 나가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그슬린다면, 그럴 빌미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면 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광장에 모여 서로 의견을 내고, 또 이를 통해 자치단체와 소통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해지기 마련이다.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영훈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