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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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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거창의 문화욕구- 서영훈(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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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6만3000여명에 불과한 거창에 71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는 걸 알고는 적잖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3개 시 통합 이전 인구 50만명을 넘은 창원에 세워진 성산아트홀 대극장의 객석은 1700석이었다. 공연의 종류와 출연자 등에 따라 다르지만 1700석의 관람석을 채우기가 벅찬 일이다. 그걸 생각하면 710석은 과하다. 인구도 적고, 교통도 불편한 소도시의 공연장으로는 규모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런데 또 한 번 놀랄 일이 생겼다. 며칠 전 평일 저녁, 끼니를 대충 때우고 공연장이 있는 거창문화센터를 찾아갔다. 재즈 보컬리스트인 웅산의 콘서트를 볼 요량이었다. 약간 언덕진 곳에 있는 그곳까지는 집에서 도보로 20분가량 걸린다.

    문화센터로 가는 길은 한적했다. 공연 시간이 30분가량 남아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너무 조용하다. 문화센터에 도착하니 차량으로 인한 혼잡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입장권은 당연히 남아돌겠지? 직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입장권 현장판매 부스는 어디 있나요?”

    금세 돌아온 대답에 약간 무안하기도 했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매진됐습니다. 현장 판매는 안 하고 인터넷으로만 예매합니다.”

    700석이 넘는데, 이런 소도시에서 매진됐다고 한다. 그것도 재즈 공연에.

    그 직원은 “이번 공연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됩니다. 한 시간이나 하루 만에 다 나가는 경우도 있고요.”

    국제연극제에 매년 20만명가량이 다녀가는 것은 알지만, 간간이 이뤄지는 공연에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찾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튿날 문화센터로 전화를 걸어 물어 보니, 웅산 콘서트에는 지역 주민 외 창원이나 서울 등지의 마니아들도 다수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 수는 5%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는 이웃인 함양의 주민 일부를 포함해 모두 지역주민들이었다. 연간 20~30회의 기획공연을 하고 있고, 매 공연마다 객석이 거의 차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100억원을 들여 지은 거창문화센터가 헛돈을 먹은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적지 않은 건축비용에다 일부 공연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이 들어가지만, 주민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한껏 채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 이후 업데이트된 한 블로그를 방문했다. 꽉 찬 객석 사진과 함께 곳곳에 문화적인 자부심이 묻어 있는 글로 채워져 있었다.

    두어 주 전 역시 평일 저녁, 끼니를 대충 때우고 영화 ‘베테랑’을 보러 읍내 영화관을 찾아 갔을 때도 꽉 찬 관람석을 보고 적잖게 놀란 기억이 있다. 국제연극제가 열리는 수승대와 영화관, 그리고 문화센터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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