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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거창국제연극제의 명과 암-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5-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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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의 여름은 요란하다. 그중에서도 수승대의 여름은 요란하기 그지없다. 수승대는 명승지에 걸맞게 7~8월 피서철엔 인파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마침 이 시기에 국제연극제가 열리기에 더욱 그렇다.

    거창국제연극제는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연극제 기간에만 20만 명가량이 이곳을 찾는다.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한 연극제는 지역사회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문화관광자원이자, 지역의 대표 브랜드라고 해도 손색없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거창지역 음식점이나 상점도 이 기간 동안 많은 매출을 올린다. 수승대 인근의 펜션이나 음식점은 말할 것도 없고, 10km가량 떨어진 거창읍 식당이나 상점들도 관광특수를 누린다.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관광자원을 통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또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연극제 취지에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도 있다. 국제연극제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수승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위천면 황산마을은 민박 등으로 짧은 기간이지만 관광수익을 올린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밀려드는 차량들 때문에 불안하다.

    꼬리를 문 차량들 사이로, 허리를 숙인 채 마을 안길을 느릿느릿 걷는 촌로들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과수나 채소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재미 삼아 풋사과나 고추 등을 따는 관광객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시골 인심이 야박하다고 투덜대는 이들도 있지만, 애써 키운 농작물이 실없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훼손되는 것이 결코 달갑지 않다.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방법이 어려운 것은 아닌 듯하다. 현재 2개인 주차장을 더 늘리면 된다. 마땅한 부지가 없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장을 짓고, 셔틀차량을 운행하면 된다.

    관광객들에게는 농민의 아픈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빠트려선 안 된다.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는 지역민의 마음부터 움직여야 한다. 지역축제가 지역의 정체성을 높이고,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을 지향하는 마당에, 축제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외면하는 것은 축제의 정신을 심히 훼손하는 일이다.

    주민들이 지역축제를 아끼고 또 참여를 통해 함께 키워나갈 때 그 축제는 경쟁력을 갖춘 축제로 성장한다.

    거창국제연극제가 아비뇽페스티벌을 벤치마킹했다면,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주민들에게 공연 관람의 기회를 주기 위해 아비뇽페스티벌을 시작한 그 정신을 되새겨 봐야 한다.

    서영훈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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