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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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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양의 해, 양의 탈은 쓰지 말자- 김진현(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 기사입력 : 2015-01-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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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되면 누구나 자신에게 한 가지 이상의 약속을 한다. 더러는 민족과 나라의 안녕 같은 거대한 꿈을 소망하지만 대부분 아주 사소한, 그러나 자신에겐 너무나 소중한 다짐을 한다.

    수년째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나. 올해 또 다이어트를 소망한다. 4년간 필패했지만 늘 이맘땐 필승의 각오로, 올림픽 경기에 나가는 태극전사처럼 임전무퇴(臨戰無退)의 결연한 각오로 임한다.

    절친은 올해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했다. 여태껏 이 친구의 결론은 나와 다르지 않았다. 벌써 8년째니까. 올해는 좀 다를 것 같다. 아내가 용돈을 안 올려준다니까.

    난 올해 또 하나의 소망을 가진다. 을미년이 양의 해이니까 올해만큼은 양의 탈을 쓰지 않는 한 해를 보내보자는 것이다.

    보육교사가 타이슨처럼 아이들을 폭행한 CCTV(폐쇄회로TV) 화면. 의붓딸을 죽이고 당당해하던 정신 나간 아버지의 모습이 담긴 화면. TV와 신문을 통해 이를 본 국민 누구나 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양의 탈을 쓴 늑대였다. 아이들을 돌보는 성스러움 뒤에 가려진 귀찮음과 폭행성. 이 야누스적인 모습을 감추고 양의 탈을 쓴 일부 보육교사의 일탈행위가 준 충격은 너무도 크다. 의붓아버지도 그렇다. 양의 탈을 벗고 자신이 진정 아이들의 귀찮음을 참을 수 있는지, 그 고통을 참으면 아이 돌봄을 천직으로 할 수 있는지 성찰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도덕경에는 귀생(貴生)과 섭생(攝生)의 가르침이 있다. 자신의 생을 너무 귀하게 여기면 오히려 생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귀생과 자신의 생을 억누르면 생이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섭생이다. 그래서 선섭생자 이기무사지(善攝生者, 以其無死地)라고 가르친다.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죽음의 땅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육교사나 병원도우미, 장애인 시설 관계자와 간호사 등 사회 약자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하기 힘든 사람들을 돕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존경받는 천사들에게는 섭생의 마음으로 자신을 냉철히 되돌아보는, 그래서 양의 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강직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야 이런 사고가 안 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통영시와 고성군 공무원들에게도 올해 양의 탈을 쓰지 말자고 권하고 싶다. 올해는 제발 구속되거나 물의를 일으키는 공무원이 없었으면 한다. 지나다 인사만 까딱 하는 사이도 아니고 더러는 차도 한 잔 마시던 공무원이 덜컥 잡혀가는 게 벌써 몇 번인가. 직위 직책을 이용해 금전 또는 편의를 제공받았다거나 탈법을 묵인해준 공무원이 올해는 없었으면 한다. 푸른 양의 해. 다이어트도 성공하고 양의 탈도 쓰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진현 사회2부 거제·통영·고성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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