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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송덕비와 기부채납- 전강준(사회2부 부장)

  • 기사입력 : 2014-06-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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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군 용덕면의 관정 이종환 명예회장(삼영화학그룹) 생가에 지난 21일 그를 기리는 송덕비가 제막됐다. 높이 3.5m, 폭 1.5m 크기로 지난 2012년 11월에 6100㎡ 면적으로 복원한 생가에 들어섰다.

    송덕비는 그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서울대에서 세웠다. 서울대는 이 명예회장이 도서관 신축 비용 600억원을 지원한 것과 교육재단을 설립해 인재양성에 앞장선 점을 기리기 위해 송덕비를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이 명예회장은 학문 발전과 인재 육성에 이바지하려는 뜻에서 2012년 서울대에 새 도서관 건립비용 600억원을 내놨다. 새 도서관 명칭도 그의 호를 따 ‘서울대 관정도서관’으로 정했다. 이에 앞서 올 초 서울대는 이 명예회장에게 산업화와 후학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경제 성장의 이바지와 개인 재산을 털어 인재 육성과 대학 발전에 앞장선 공로이다.

    이외 그의 업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재 8000억원을 장학재단에 내놓아 인재를 육성하고, 매년 해외 유학생과 국내 대학생 및 대학원생 각 200여명을 선발해 수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는 평소 소신처럼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하지 못했어도 돈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련다”고 했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듯 평생 모은 돈을 내놓은 것을 보면 어느 누구도 그의 업적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날 의령에는 서울대 오연천 총장과 교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조현룡·안홍준 국회의원,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해 그의 업적을 기렸다. 하지만 그의 부에 대한 형태의 이중성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12년 11월 의령군 용덕면에 지은 자신의 생가를 당초 약속대로 아직 의령군에 기부채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회장은 “관정교육재단과 업무협약서를 체결한 만큼 생가 건립은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힘겹게 모은 사재를 장학재단에 내놓고, 도서관 신축비 등 아낌없이 내놓는 그의 씀씀이와는 달리, 자신의 고향 의령군에 생가 기부채납은 인색하기 그지없다. 기부채납의 용도도 전통가옥으로 지어진 그의 생가를 교육체험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그의 업적을 자연스레 기리는 것이다.

    결국 기부채납은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생가는 준공검사도, 사용승인도 나지 않고 있다. 의령군도 현재까지 독촉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강제집행을 할 입장에 놓여 있다. 기부채납과 강제집행의 사이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는 비가 세워졌다는 것이 몹시 씁쓰레하다.

    전강준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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