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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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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 천륜지락(天倫之樂)- 하늘이 정해준 관계에서 생기는 즐거움

  • 기사입력 : 2014-06-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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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륜(天倫)이 중요하다”, “천륜에 어긋난다” 등의 말을 흔히 쓰는데, 보통 ‘윤리(倫理)’, ‘인륜(人倫)’과 같은 뜻으로 쓴다.

    ‘윤(倫)’의 원래 뜻은, ‘도리’, ‘질서’, ‘관계’ 등이다. 그래서 ‘천륜’이란, ‘하늘이 정해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대단한 학자인 줄 알고 제자가 됐다가 실망해 제자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사귀다가 실망하여 친구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직장이나 군대의 상하관계, 사회의 각종 모임의 회원 자격 등 거의 대부분의 관계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서 맺고 끊을 수가 있다.

    그러나 부모형제 등 혈족 관계는 끊고 싶다고 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설령 부모형제가 마음에 안 든다 해도, 자기가 잘해서 설득하거나 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성스러운 임금으로 일컬어지는 순(舜) 임금의 아버지는 아주 악질적인 인간이었다. 매일 하는 일이 계모와 짜고 순 임금을 죽이려고 일을 꾸몄다.

    예를 들면 우물을 고치라고 해 우물에 내려가게 해서는 위에서 돌이나 흙을 들이부어 맞아 죽도록 한다든지, 지붕을 고치라고 올려보내 놓고는 밑에서 불을 지르는 일 등이었다. 그래도 순 임금이 지극한 효성으로 모셔 감화시켰다고 한다.

    요즈음 윤리도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여 내팽개치는 사람이 많아져 간다. 세상은 윤리도덕이 없으면 존재할 수가 없다. 지금 범죄, 자살, 고소·고발 등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돈만 알고 윤리를 무시하는 사회풍조 때문에 그렇다.

    부모와 관계를 끊고 왕래하지 않는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가끔 본다. 그들의 말은, 부모가 부당하고, 특정 자식만 편애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부모는 부모다. 자신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 준 근본적인 은혜가 있다. 사람의 몸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콩팥 하나 이식하는 데 수억원이 들어간다. 그렇게 계산해도 우리 몸은 몇십억 몇백억인지 알 수가 없다. 길 가다가 누가 자기에게 몇백만원만 거저 주어도 평생 은인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재산분배 문제, 봉양문제 등으로 부모와 등을 진다는 건 있을 수 없다.

    며칠 전 교육감 선거에서 고승덕 후보 전처의 딸이 방해를 놓아 여론조사에서 단연 앞서던 고 후보가 떨어졌다. 고승덕 후보는 교육감에 낙선한 것보다 더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비록 같이 살지는 않지만, 그동안 딸에게 그런 감정이 쌓이도록 만든 고 후보도 책임이 크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한 번도 아니고, 집요하게 공격한 딸도 문제가 심각하다.

    친딸이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 더 문제다.

    부모 형제 등 혈족간에 잘 지내며 즐거워하는 것을 ‘천륜의 즐거움(天倫之樂)’이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 각자 천륜의 즐거움을 회복하도록 노력하자.

    * 天 : 하늘 천. * 倫 : 차례 륜.

    * 之 : 갈 지. * 樂 : 즐거울 락.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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