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1일 (토)
전체메뉴

[동서남북] 단체장과 의원의 품격- 정기홍 사회2부 국장

  • 기사입력 : 2013-12-06 11:00:00
  •   



  • 문학의 김춘수 유치환 유치진 김상옥 박경리, 음악의 윤이상, 미술의 전혁림…. 모두 통영이 낳은 예술가들이다. 어떻게 이 같은 예술가들이 한 지역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통영은 아시아의 나폴리라 불리기 이전에 한국예술의 메카다.

    창원시가 품고 있는 마산지역.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귀천의 천상병, 가고파의 이은상 그리고 조두남, 이수인….

    그래서 통영과 마산을 예향이라 부른다.

    이들 지역이 예향이라면 문화가 발달한 진주는 문향이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면 평사리 들판과 최참판댁, 북천면의 이병주문학관을 갖고 있는 하동군은 문학의 수도를 꿈꾸고 있다. 산간오지인 하동군 옥종면에서는 초·중·고생들이 ‘옥종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매주 두 차례 모여 연습을 하고, 연말에는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양산 출신의 엄정행 테너와 함양 출신의 허영자 시인도 나이가 들면서 고향을 찾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메세나 활동도 지방에서는 경남이 가장 활발하며, 지방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순수 민간 주도의 경남오페라단은 오페라를 비롯, 연중 수준 높은 공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경남도는 전국에서 도립오케스트라가 없는 유일한 곳이다.

    산간오지에서부터 경남의 곳곳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목말라하고 있다.

    그런데 경남도 공무원은 수많은 사람들에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예술 따위엔 목이 마르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경남도가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올해 ‘문화예술 및 문화재 예산’을 보면 전국 16개 시·도 중 최하위권인 14위에 머물렀다. △2012년에는 하위 5위 △2011년 하위 5위 △2010년 하위 2위 △2009년 하위 3위 등이었다.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지난 정부는 4대강 사업에만 매달리다 부익부 빈익빈만 낳았고, 예술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 때문에 국민들은 건조한 삶을 살았다.

    예술은 투자 후 당장 객관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민주주의처럼 그 과정의 행위에서 정말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 때론 국가와 국민을 긍정의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

    “얘야, 총 대신 악기를 들지 않겠니?”

    ‘호세 안토니오 아브루’라는 신사가 아이들에게 던진 말이다.

    1975년, 마약이 거래되고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인 어느 허름한 차고에 전과 5범의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처음엔 거부반응을 보인 아이들은 신사의 말을 따라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었고, 난생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후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여 명에 이르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기적의 프로젝트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

    수십만 명의 삶을 바꾼 것은 예술의 힘이었다.

    내년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세련된 주민들은 이젠 단체장 및 의원 후보들에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잘살게 하는 사람, 품격 있는 사람.

    정기홍 사회2부 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기홍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