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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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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 벌빙지가(伐氷之家)- 여름에 얼음을 떼어내어 먹을 수 있는 집안. 대부(大夫)급의 귀족 집안

  • 기사입력 : 2013-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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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은 어느 가정이나 냉장고가 있어 여름에도 얼음이나 찬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옛날에는 얼음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지위가 아주 높아야 했다.

    그래서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는 대부(大夫)급 지위를 일컬어 얼음을 떼어내어 먹을 수 있는 지위의 집안이라 해서 ‘벌빙지가(伐氷之家)’라고 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적어도 2500년 전부터 얼음을 보관해 여름에 먹는 방법이 개발됐던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1세기경에는 얼음을 보관해 여름에 사용했으니, 그 이전에부터 얼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신라시대(新羅時代)에 사용하던 석빙고(石氷庫)가 경주(慶州) 등 몇 군데에 아직도 남아 있다.

    필자가 어릴 때는 농촌에서 참외나 수박을 심어 수확해도 보관할 수가 없었다. 아끼다가 팔리지 않으면 썩기 직전에 식구들이나 이웃 사람들이 먹어 치우는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으니 맛이 없었다. 어떻게 보관했다가 두고두고 먹을 수가 없을까라는 공상을 했지만, 꿈일 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965년 금성사(지금의 LG)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가정용 냉장고를 개발했다. 물건을 썩지 않고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어 음식문화의 혁명을 가져왔다. 농촌지역이나 식품회사의 저온창고도 냉장고와 그 원리는 같은 것이다.

    그 이후로 냉장고와 냉동실이 발전하다 보니 사람들이 점점 더 찬 것을 좋아하게 됐는데, 특히 우유제품이나 과일을 섞은 아이스크림 종류가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아이스크림도 서양에서 개발돼 우리나라로 들어왔지만, 사실은 그 원조는 동양이다. 중국의 역사와 지리, 풍속 등을 서양에 소개한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의 저자 마르코 폴로가 13세기 후반 원(元)나라 사람들이 우유를 얼려서 먹는 것을 보고 그 방법을 서양에 전파해 아이스크림이 됐다 한다.

    더운 여름에 얼음을 먹는 것이 옛날에는 귀족이나 할 수 있는 부러운 생활이었지만, 오늘날은 누구나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더운 여름에 얼음 등 찬 것은 몸에는 아주 안 좋다. 찬 것을 안 먹는 절제가 필요하다. 배가 차가워져서 허하면 열기가 다 머리로 올라가 머리가 덥고 답답하다. 그러니 집중도 안 되고 스트레스를 더 받고, 이것이 오래되면 고혈압 등 혈관질환, 당뇨병 등으로 발전한다. 좀 나이 든 사람들이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라는 것은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것은 젊은 시절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멋대로 음식을 먹고 행동한 것에 대한 보복이다. 몸이 ‘쉬어라’, ‘그만 먹으라’라는 신호를 계속 보냈는데도, 돈 번다고 즐긴다고 계속 뛰고 먹었다. 그러다가 어느새 몸은 여러 가지 병이 점령해 있다. 병은 하루아침에 오는 것이 아니고, 자기 생활습관에 대한 결과다. 냉장고가 편리하지만, 찬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은 스스로 몸을 해치는 것이다.
    * 伐 : 칠 벌. * 氷 : 얼음 빙. * 之 : …의 지. * 家 : 집 가.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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