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24일 (금)
전체메뉴

(489) 인경거전(引經據典)- 경서를 인용하고 고전에 근거한다

  • 기사입력 : 2013-07-09 01:00:00
  •   


  • 요즈음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중국 방문소식이 온통 화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아주 열렬한 환대를 했고, 특별한 친분관계를 보여줬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가리켜 ‘오랜 친구(老朋友)’라고 일컬었고, 또 인민대회당이 아닌 곳에서 식사를 하는 등 다른 외국 정상보다 좀 더 친절하게 대우한 것은 틀림없다.

    박 대통령이 청화대학(淸華大學)에서 연설하면서 첫머리에 2분 30초 정도 중국어로 연설한 것은 중국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호평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05년 절강성(浙江省) 당서기 신분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로서 정성껏 맞이해 준 것이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 1시간으로 예정된 대담이 2시간으로 연장될 만큼 두 사람의 마음이 통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가리켜 ‘오랜 친구’라고 일컬었는데, 이는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한 것도 있지만 겪어온 이력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1997년까지 18년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고독한 은둔생활을 했다. 이때 여러 가지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해 내공(內功)을 단단히 쌓았다.

    시 주석도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고위관료의 아들로 9살까지는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생활하는 중남해(中南海)에서 살았지만 아버지가 반당파 인물로 낙인이 찍혀 모택동의 박해를 받는 바람에, 시진핑은 시골 연안의 농촌으로 쫓겨가 토굴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혼자 책을 읽으며 공부를 계속해 농민들의 신망을 얻어 24세 때 마을의 촌장(村長)에 추대됐다.

    문화대혁명이 끝난 25세 때 청화대학 공정화학과에 입학해 졸업하고, 나중에 최종적으로 법학박사를 받았다. 고난의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해 마침내 국가최고지도자가 됐다. 그래서 두 사람은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논어(論語), 중용(中庸), 관자(管子) 등 중국 고전에 나오는 명구(名句)를 자주 인용했는데, 이것이 중국 지도자들이나 중국 사람들에게 점수를 많이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이 없듯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기 나라 말을 할 줄 알고, 자기 나라 역사와 문화를 알면 훨씬 친근감을 느낀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대담할 때나 연설할 때 중국의 고전을 여러 차례 인용한 것이 중국의 지도자나 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중국 고전와 옛날 시를 외우고 서예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보면, 우러러보고 친근감을 느낀다.

    중국과 관계를 맺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해 중국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을 경우 한시를 외운다든지 한자서예를 익힌다든지 하면 훨씬 짧은 시간에 그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

    앞으로 중국과 여러 가지 방면에서 관계를 맺을 일이 많은데, 단순히 외국어로서 중국어만 배울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고전문학, 역사, 풍속 등을 공부해 중국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으면 중국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에 크게 도움을 줄 것이다.

    * 引 : 끌 인. * 經 : 날줄 경. 경서 경. * 據 : 근거할 거. * 典 : 법 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