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
인권조례 수정을 요구하는 시설협회.
지난해 6월 25일 경남도의회 여영국·강성훈 의원이 공동발의한 ‘경남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안’(이하 경남장애인인권조례)이 1년이 지난 아직까지 도의회 상위임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조례안 일부 내용을 놓고 도내 장애인복지시설협회와 장애인단체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중재안이 나오지 않아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들도 섣불리 결론을 낼 수 없는 입장이다.
◆조례안 주요 내용은= 24일 경남도의회에 따르면 일명 ‘도가니 사건’ 이후 2013년 3월 23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도의회서 제정하려는 경남장애인인권조례는 지역 장애인 보호를 위한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의 핵심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 기본계획 5년마다 수립·시행 △도내 모든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차별 및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3년마다 실시하고 실태조사가 없는 해에는 특정 대상을 정해 1년마다 실태조사 △실태조사 수행을 위한 장애인인권보호전문기관 설치 △실태조사 적발시 운영권 제한 등이다.
◆조례 제정 1년간 계류 이유는= 경남인권조례 제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는 실질적 대상인 도내 장애인복지시설들이 조례안의 세부사항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①실태조사는 3년마다 하고 ②대상은 장애인복지시설뿐만 아니라 재활시설 등 모든 장애인 관련 시설로 확대, ③인권보호전문기관 위탁시 제한 항목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3가지를 놓고 장애인단체와 대립하고 있다.
이중 쟁점은 3번항이다. 조례안 제9조 1항에 실태조사를 할 인권보호전문기관은 경남도가 설치해 직접 운영하도록 했다. 또 제11조 1항에 인권보호전문기관 운영은 비영리법인 또는 비영리민간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경남도는 인권보호전문기관을 민간에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 제정 공동실천단은 “공무원이 여력이 없는 만큼 민간위탁이 필요하다. 타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인권보호전문기관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영국 도의원도 “경남도 직영으로 할 경우 행정으로부터 독립성 보장이 안 된다”고 했다. 사실상 인권보호전문기관의 민관위탁운영을 내심 원하고 있다.
반면, 경남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우선 실태조사 민간 위탁시 까다로운 조항으로 시설운영자 참여를 차단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설운영자도 인권보호전문기관 민관위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이다. 시설협회는 “위탁 자격 요건을 완화하든지 아니면 인권보호전문기관을 경남도가 직영해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장애인단체의 감시를 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경남도 직영 가능한가= 시설협회와 장애인단체의 중재안이 나오지 않는 한 조례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는 시설협회와 장애인단체간 대립을 해소할 대안은 현재로선 경남도가 인권보호전문기관을 직접 운영하는 수밖에 없는 분위기이다. 최진기 공동실천단장도 시설협회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경남도 직영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지 않다.
백운갑 경남도 장애인복지과장은 “직영을 할 경우 재단법인을 만들어 관련 전문가를 채용하고, 정관과 시설입주 공간도 마련해야 하는 등 준비할 일이 많다”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호철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2024년 04월 30일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