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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화선지에 성경 옮겨쓰는 오창성 경남선면예술가협회장

붓글씨 성경 두루마리로 서울~평양 이으렵니다

  • 기사입력 : 2013-01-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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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원예술체험센터에서 오창성 씨가 붓으로 글을 쓰고 있다. 오 씨는 2004년 4월 11일 1754페이지에 달하는 ‘관주 성경전서’를 화선지에 옮겨 쓰기 시작해 6년 4개월 만인 2010년 8월 13일 완성했다.
    오창성 씨가 성경을 필사한 화선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04년 교회 새벽기도 후 성경쓰기 시작

    2010년 1차 ‘관주 성경전서’ 4.952㎞ 완성


    장기간 글쓰기로 생긴 목·팔·허리 통증

    교정체조·요가 등 운동으로 이겨내


    1년6개월째 진행 2차 필사 2.2㎞ 도달

    서울~평양 280㎞ 길이 공동작업 추진


    북녘땅에도 하나님 말씀 전파하고 싶어

    통일 염원하는 많은 사람들 동참했으면



    지난 2010년 초등학교 교장으로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오창성(64·경남선면예술가협회장) 씨는

    붓글씨로 4.952㎞에 이르는 성경 두루마리를 완성한 인물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 그가 2차로 성경 필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서울과 평양을 잇는 성경 두루마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다시 화제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11일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하고 나오면서 성경쓰기를 작정했던 오 회장은 6년 4개월 만인 2010년 8월 13일 ‘관주(貫珠) 성경전서’(2003년판, 대한성서회 출간)를 모두 반흘림(행서)으로 베껴 썼다.

    그는 1754쪽 분량의 이 성경을 필사하는 데 화선지와 순지 2200여 장, 붓 110여 자루, 딱풀 70여 통, 먹물 5ℓ 정도를 썼다.

    매일 새벽 3시 15분께 잠에서 깨어난 그는 2시간 이상씩 폭 70㎝ 길이 140㎝의 화선지를 반으로 잘라 글을 쓰고, 이를 풀로 이어붙이기를 반복했다. 한자어의 경우, ‘칠체(七體) 대자전’을 펴놓고 대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글씨를 일일이 따라 쓰며 사숙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시간 단위에 십일조를 적용해 하루 2시간 24분 이상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써 내려갔다. 몸살이 나서 손도 꼼짝하기 힘든 날일지라도 글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출장 갈 일이 생기면 하루 전에 당겨서 썼고, 출장기간이 2박 이상일 경우에는 필사할 준비물을 챙겨 갔다.그래도 1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안식을 했다고 그는 말했다.

    3년가량 글을 쓰다 보니, 목, 팔, 허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쌍절곤과 곤봉을 이용한 교정체조와 요가, 낙법 같은 운동을 통해 신체적인 고통을 이기고, 또 글을 쓰는 데 요구되는 체력을 키워나갔다.

    “안중근 선생은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 가시가 난다’는 말씀을 글로 남겼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더라구요. 팔이나 목이 아파도 매일 글 쓰기를 계속했습니다. 일종의 중독이죠.”

    이렇게 필사한 화선지 두루마리는 그 길이에서 김해 이태식(70) 씨가 갖고 있는 한국기록인 3.199km를 크게 앞서는 비공식 한국기록물이다. 그러나 그는 기네스를 관리하는 한국기록원에 공식 등록절차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왕희지나 구양순 등 대가들의 글씨를 사숙하는 것에 더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또 성경 속 ‘믿음의 조상’을 만나는 즐거움은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이 컸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정년퇴임을 앞둔 지난 2010년 11월, 창원 3·15아트센터 대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공개했다.

    성경 필사를 완성한 그는 곧 새로운 필사작업을 시작했다. 자신이 그동안 필사했던 성경전서의 개역 개정판이 지난 2008년에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감사의 시간들을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졸필이라 부끄러움도 많았다”면서, “그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또 개정판이 나왔으니 다시 성경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연습이었고, 진짜 글다운 글을 써 보겠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의 옛 옥봉초등학교에 마련한 창원예술체험센터에서 매일 성경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작업실을 방문했던 지난 18일, 그의 작업실에는 쌍절곤과 곤봉 등과 함께 유난히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낚싯대였다. 낚싯대 끝에는 여러 가닥의 끈이 묶여 있었다.

    “오랜 시간 아래를 쳐다보면서 글을 쓰다 보면, 목이 굉장히 아픕니다. 그래서 목을 잡아줄 도구를 개발했죠.”

    그는 1차 필사작업 이후 곧바로 2차 작업에 들어갔지만, 어깨 통증으로 6개월 정도 글을 쓰지 못했다.

    장시간 계속되는 필사가 몸을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15분간 작업을 하고는 잠시 휴식 및 운동시간을 가진 뒤 다시 작업을 하고 있다.

    2차로 글을 쓴 기간은 1년 6개월 정도로, 화선지 길이는 약 2.2㎞가 됐다. 1차 때에 칠체 대자전을 통해 한자 필체를 많이 익혔기 때문에, 2차 작업을 완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4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창녕 출신인 그는 거창고와 안동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경북에서 교편을 잡은 뒤 창녕, 남해를 거쳐 마산에 왔다.

    “교사생활을 한 이후 약 20년 동안, 멋모르고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되겠다는 생각에 술, 담배도 끊었습니다.”

    그는 이제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해부터는 교회 어린이 영어성경학교에서 교사로 봉사하는 길을 걸어오고 있다.

    오 회장은 성경쓰기와 관련한 새로운 프로젝트로, 서울에서 평양까지 280㎞에 이르는 두루마리 성경쓰기를 계획하고 있다.

    “원래 이 방면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이태식 씨가 제안했던 것입니다. 북녘땅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통일을 염원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을 하자는 것이지요. 그러나 제가 형님으로 부르고 있는 이 씨는 현재 와병 중이어서, 이 작업을 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나서는 겁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모두 6명이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왜 성경을 붓으로 한 자 한 자를 쓰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는 “학문의 즐거움을 맛보고, 성경을 묵상하는 기쁨을 동시에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용한 가운데 글을 쓰면서 인생을 반추할 수 있다”며 어김없이 예찬론을 폈다.

    그는 성경 구절 중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서 33장 3절)를 특히 마음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글=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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