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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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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독서부뇌(讀書富腦)- 책을 읽으면 머리를 부유하게 만든다

  • 기사입력 : 2012-10-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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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에서 2012년을 ‘국민 독서의 해’로 선포하였다.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35%는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OECD국가 가운데서 독서율이 꼴찌다. 2004년도에는 24%가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했는데, 8년 사이에 그 숫자가 11%나 늘어났다.

    새로 발달한 전자통신기기가 널리 보급되어 정보를 습득하는 데, 꼭 책이 필요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창의력과 상상력은 독서에 바탕한다. 국민 개개인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다. 전자기기는 지식이나 정보의 습득은 되지만, 사람의 감성(感性)을 발달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국민독서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추어 올해를 ‘국민 독서의 해’로 선정한 것이다.

    국민들이 독서하도록 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별로 실용성이 없다. 서점에 가보면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앉거나 서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에 가보면 대부분 각종 시험 준비하러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정작 도서관의 책을 빌려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사람들이 책 읽으러 도서관에 가지 않는 이유는, 일단 검색대를 통과해 들어가서 책을 빌리는 절차가 단순하지 않고, 또 오후 5시 이후나 밤에는 이용할 수가 없다.

    반면 서점은 대부분 새로 나온 책이고, 밤에도 출입할 수 있고, 공휴일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자기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다. 그런데 2007년에 전국에 2200여 개 있던 서점이 5년 동안에 500여 개가 줄어 1700개 정도가 남았다. 이런 추세로 가면, 전국의 서점이 머지않아 다 없어질 것이다. 워낙 영업이 안 되기 때문이다. 출판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출판사 해서 망하지 않는 사람 못 봤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에서 서점이나 출판사에 세금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지급해서 서점과 출판사를 살려야 한다. 국민건강을 위해서 의료보험을 적용하듯이, 국민의 창의력과 상상력 계발을 위해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는 국가에서 책값의 반 정도는 지원을 해 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서점이 하나 있는 것 하고 없는 것 하고는 천양지차가 있다. 필자가 사는 도시 중심에 대형 서점이 하나 있었다. 꼭 무슨 책을 사겠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들러 무슨 책이 나왔는가 보다가 책을 사기도 했다. 그러다가 영업이 안 되어 문을 닫으니, 필자의 신간 구입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사면 되긴 하지만, 책은 보고 사야 옳게 고를 수 있다. 광고만 보고 인터넷서점을 통해서 책을 샀다가, 기대한 것과 전혀 다른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남겼다.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독서 습관이다”라고. “컴퓨터만 있으면 되지, 책은 필요 없다”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국민 독서의 해’를 선포한 일은 잘한 일이다. 지난 1993년에도 ‘책의 해’라고 선포했지만, 아무런 실효 없이 구호에만 그치고 말았다. ‘국민 독서의 해’가 실효를 거두려면, 서점과 출판사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 讀 : 읽을 독. * 書 : 책 서.

    * 富 : 부유할 부. * 腦 : 머리 뇌.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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