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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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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방약무인(傍若無人)- 옆에 사람이 없는 듯이 멋대로 행동한다

  • 기사입력 : 2012-10-2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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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는 1991년에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되었는데, 논문이 통과되고 나서 다섯 명 심사위원의 인준도장을 받아 기한 내에 제출해야 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서울에 가서 하루 이틀 만에 도장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그때는 휴대전화는 물론, 자가용차도 없었고,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택시를 잡았는데, 마침 그 택시에 휴대전화가 있었다. 길이 막혀 시간을 많이 지체하게 되었는데도, 몇 번 전화를 해서 양해를 받았다. 휴대전화를 하도 편리하게 이용해서 값을 물어봤더니, 300만 원 정도였다.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2000만 원은 족히 되는 것 같다. 나도 언제 저런 휴대전화를 가져보나 하는 것이 하나의 환상이었다.

    그런데 5년쯤 지나자 휴대전화가 보급되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갖게 되었다. 필자가 한동안 휴대전화를 사지 않고 있으니, 주변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그렇게 살면 안 된다”고 충고를 계속했다. 급기야 참다 못한 어떤 친구가 상점에 끌고 가 사 주는 바람에 휴대전화를 갖게 되었다.

    휴대전화를 갖게 된 뒤에도 필요할 때만 켜고 대부분은 닫아두었다. 며칠 뒤, 일본에 가는 비자를 신청하려고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 앞에 앉아 있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마침 켜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진 찍고 전화를 받으려고 하니, 사진기사가 “전화부터 먼저 받으십시오”라고 했다. 받아보니, 비자 업무를 위탁한 여행사의 전화였는데, ‘일본 비자는 한 번 받으면 5년 동안 유효하기 때문에, 다시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사진기사에게는 미안했지만, 속성 여권사진 값이 안 들게 되었으니, 몇 달치 휴대전화비가 절약된 셈이었다. “휴대전화는 과연 필요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사면 자세한 사용설명서는 있지만, 사용하는 예절은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 그러니 문명의 이기(利器)가 지금은 심각한 공해가 되고 있다.

    대전을 가면서 시외버스를 이용했는데, 출발하면서부터 몇몇 젊은 여인들이 전화를 큰소리로 하더니, 도착할 때까지 끊어지지를 않았다. 공공장소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옆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傍若無人] 큰소리로 이야기했다.

    학술대회를 하면, 청중 가운데는 휴대전화를 끄지 않고 그대로 받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자기가 강의를 하면서도 전화를 받는 사람도 있고, 학생들 전화벨도 가끔 울린다. 휴대전화는 예절을 지키면서 잘 사용해야 편리함을 누릴 수 있지, 잘못 사용하면 모든 사람에게 정신적 공해를 일으키게 된다.

    중국의 어떤 부장(部長: 우리나라의 장관)이 훈시하는 중에, 직원의 휴대전화벨이 울리자, 그 자리에서 파면시키는 것을 필자는 중국 텔레비전에서 직접 보았다. 중국 성도시(成都市)의 어떤 시민이 휴대전화 소음을 방지해 달라고 시장에게 건의를 하여 채택이 되었다. 그래서 성도시의 시내버스, 공공장소 등에는 “타인을 배려해서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하십시오”라는 자막이 나온다. 편리한 휴대전화,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예절을 지키면서 사용하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 傍(≒旁) : 곁 방. * 若 : 같을 약. * 無 : 없을 무. * 人 : 사람 인.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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