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5일 (수)
전체메뉴

(451) 단란소어(團欒笑語)- 오순도순 모여 정답게 웃고 이야기한다

  • 기사입력 : 2012-10-02 01:00:00
  •   



  •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조상의 제사를 받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흩어졌던 형제친척들이 다시 만나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큰 의미가 있다.

    어릴 때 같은 동네에서 친척들과 같이 살다가 헤어진 세대의 사람들은 일가들을 늘 만나고 싶고 또 안부가 궁금하다. 만나면 어릴 적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할 이야기가 많다. 아버지가 고향을 떠난 뒤 객지에서 태어난 세대들은,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고향 마을로 가서 가끔 사촌이나 오촌 등을 만나기도 했지만 쉽게 친해지지가 않는다. 이 세대들은 나이가 들면서는 사촌끼리도 점점 어색해져 서로 만나면 반갑거나 친근감을 느끼기보다는 불편해진다.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해서 여행사에서 명절을 맞이해서 해외여행 상품을 개발해서 해외여행을 부추긴다. 그러다 보니, 외국여행 간다고 조상의 제사를 아예 안 지내는 사람도 있고, 혹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은 백화점 등에서 만들어준 제수를 싸들고 가서 외국의 호텔에서 제사를 지내는 경우도 있다.

    제사란 것은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다. 사람은 갓 태어나서는 자기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모두가 부모의 정성 어린 도움으로 자라나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애가 열세 살 이전에 죽거나 다치게 되면 모두 부모의 잘못으로 돌린다. 최소한 13살 이전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다.

    옛날에는 부모상(父母喪)을 당하면, 3년 동안 상복(喪服)을 입고 상주 노릇을 했다. 낳아준 부모의 품에서 자란 3년만이라도 보답하겠다는 것이다. 낳아주고 길러준 은혜를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부모나 조부모의 제사를 팽개치고 외국여행을 하는 사람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해마다 그 숫자가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 여행을 가면 즐거울 수 있을까? 즐겁다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필자가 아는 어떤 할머니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자식 하나를 정성을 다해서 길렀다. 그 아들은 서울에 가서 사업을 해서 상당히 성공했다. 그 뒤 괜찮은 집안에 장가를 들었다. 지금은 칠십대 중반의 할머니가 된 그분은 자식이 성공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히 보여주고 싶어서 아들에게 고향에 자주 오라고 늘 당부하며 살아왔다. 그 아들도 상당히 어머니의 뜻을 잘 받들어 살아왔다. 그러나 장가든 이후로 서울에 있는 처갓집 장인 장모도 생각해야 하니, 자연히 어머니에게는 신경이 덜 미쳤다. 어머니는 당연히 서운했다.

    급기야 이번 추석에는 아들이 처갓집 식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간다고 고향에 못 온다고 연락을 해 오니, 이 할머니의 낙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식을 잘못 키웠다고 한탄하고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동정하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 “이해심이 부족하다”, “세상이 바뀌었다”, “옛날 관습 고집하지 말라”라는 등등의 소리만 듣게 되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 할머니가 정말 이해심이 부족하고 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요즈음 개성이니 인권이니 하면서 개인주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보답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 대세를 이루는 것 같다. 명절을 맞이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옛날의 명절다운 명절을 회복할 수는 없을까?

    * 團 : 둥글 단. * 欒 : 둥글 란. * 笑 : 웃음 소. * 語 : 말씀 어.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